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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일하고 싶다"…일자리박람회서 만난 중장년들 [데일리안이 간다 62]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7.23 05:10 수정 2024.07.23 05:10

2023년 60대 이상 고용률 47.4%, 40·50대의 절반 수준…연령대 높아질수록 고용률 하락

2024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구직자들 "중장년층 스스로 취업하기 어려워…구직 도움 절실"

기업 "2~30년간 현장서 커리어 쌓은 중장년층의 경험과 노하우, 기업 성장에 큰 도움 줄 수 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재취업에 관심 많아지고 역할 중요…취업시장서 인식 개선돼야"

22일 열린 '2024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하기 현장에서 참가 등록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40대 이상 실업자 수는 74만 6000명이다. 2022년에는 58만명, 2023년에는 56만5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고용률을 살펴보면 올해 6월 기준 40대는 79.4%, 50대는 78.0%, 60대 이상은 47.4%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용률은 하락했다. 이는 비교적 젊은 40·50대가 많이 고용되면서 실업자 수 감소시켰지만 60대 이상은 여전히 낮은 고용률을 보이며 실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데일리안은 '2024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가 개최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았다. 이날 박람회는 경제활동이 충분히 가능한 연령대인 중장년층의 고용률을 높이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구인난에 빠진 기업들에게 중장년층 인력을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박람회 현장에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60대 중장년층들로 북적였다. 박람회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가 현장에서 즉석 면접을 진행해 곧장 채용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이를 알고 온 참가자들은 깔끔한 차림을 하고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장년 구직자들이 2024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장 속 부스를 방문해 상담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박모(61)씨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만 60세가 되면서 다니던 직장은 정년퇴직했지만 100세 시대에 아직은 일할 나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 문제도 없고 주변 지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곧장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용 게시대 앞에 서 있던 정모(57)씨는 "공무원 생활을 35년 동안 하다가 지난달에 퇴직했다. 공직 생활 외에 사회 경험이 없다 보니 바로 취직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알아보러 왔다"며 "부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자격증 없는 초보도 기죽지 않게 잘 설명해 준다"고 전했다. 정 씨는 "다만 부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분야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한정적인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군 장교로 25년, 항공회사에서 15년간 근무한 뒤 지난해 퇴직한 정모(62)씨는 "내가 가고 싶은 분야를 정해 취업을 하려다 보니 문이 너무 좁더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열어놓고 여러 부스를 방문해 보고 있다"며 "스스로 취업을 해보려 했지만 어렵더라. 이런 박람회는 처음 방문하는데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열려 구직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면접도 진행한다고 해서 내심 기대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박람회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상담도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채용 게시대를 자세히 살펴보는 중장년 구직자.ⓒ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현장에서 컨설팅을 받고 나오던 배모(46)씨는 "지난 4월부터 일을 계속 쉬고 있으며 이직이나 전직을 고민하고 있어 컨설팅 부스를 찾았다"며 "컨설팅을 통해 내린 답변은 기존에 하던 직무를 하면서 전직을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컨설팅에 대해 "사람이 많다 보니 1명당 주어진 시간은 10분 내외로 조금 아쉬웠다"며 "여기 오기 전 제 경력으로 매칭할 수 있는 기업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고 그 과정에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 그런 이야기는 전혀 못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기업 부스뿐만 아니라 컨설팅·헤드헌팅·직업체험 등과 같은 부스도 있었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컨설팅을 해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소속 최민아 컨설턴트는 "중장년 구직자는 물론,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방문하신다"며 "1대1로 컨설팅이 진행되며 추가로 컨설팅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센터에 방문하기도 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많은 분들이 취업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드헌팅 부스 담당자는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에 기존 직무를 살려 재취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2~30년간 현장에서 커리어를 쌓은 중장년층들이 스타트업에 취업한다면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업 부스에서 중장년 구직자가 기업 인사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기업을 대표해 나온 인사담당자들은 중장년층의 경험과 노하우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T 관련 회사의 인사담당자로 나온 A씨는 "오늘 현장에서 1차 면접을 진행한 뒤 합격하신 분들에 한해 임원 면접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IT업계 특성상 젊은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인력을 핸들링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중장년을 채용해 많은 도움을 받고자 박람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사의 인사담당자 B씨는 "우리 회사의 주 업무는 상담이다 보니 중장년층을 선호한다"며 "이들이 가진 연륜은 사람을 응대하거나 대화할 때 빛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박람회를 주최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지난 해보다 올해 참가자들이 늘었는데 이는 중장년들이 재취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라며 "최근 인구 감소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다 보니 중장년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기업들도 이들에게 취업의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 기업에서 차별 없이 중장년을 바라봐 주길 바라며 더 나아가 인식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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