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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따뜻함이 있는 배우"…故 이선균 유작 '행복의 나라'가 선사할 여운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7.22 15:10 수정 2024.08.06 17:00

고(故) 이선균의 유작 '행복의 나라'가 베일을 벗는다. 추창민 감독과 배우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가 고인의 열정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추창민 감독, 배우 조정석, 전배수, 송영석, 최원영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추창민 감독은 "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는 많은 분들이 아는 사건이다. 그런데 그 사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잊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과 그 사이 벌어진 일들을 찾아봤을 때 흥미로운 사건들이 있어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만들었다"라고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추 감독은 "예민한 소재라 부담이 됐다. 그래서 최대한 기록에 충실하려고 했다. 영화 속 나오는 많은 장면들과 대사는 실제 법정, 다큐에 있는 장면을 가져왔다. 최대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라고 연출적으로 신경 쓴 부분을 말했다.


조정석이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변호사 정인후로 분했다.


조정석은 "1026 사건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몰랐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시나리오를 읽었지만 박태주라는 인물을 너무나 변호해 보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조정석은 "정인후는 법적 개싸움에 능한 친구로 박태주를 변호하게 된다. 점점 잘못씩 되어가는 재판에 분노해 심리가 변하게 된다"라고 정인후 캐릭터를 소개했다. 조정석은 "극 중 유일하게 정인후가 가공의 인물이다. 당시 재판의 기록이나 참여한 모든 인물들을 대변하기 때문에 정인후 자체가 가진 심리 변화도 중요했지만 이 상황들을 모두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3자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려고 했다"면서 연기하면서 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심리의 변화를 잘 다스리는 지점이 어려웠다.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적절하게 상황에 맞게 해야 했다. 기준은 없었지만 감독님과 그 지점을 나누면서 연기했다"라고 고충도 털어놨다.


고 이선균이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를 연기했다. 추 감독은 "박태주는 박흥주란 인물을 가공해 만들었다. 조사했을 때 좌우 진영 모두에게 인간, 군인적인 칭찬이 자자했던 분이라고 들었다. 이런 분이 역사 속에 휘말렸을 때 어떤 행동을 취했으며 어떻게 보면 좋을까 생각했다. 이선균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그의 심리를 표현해 보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추 감독은 "이선균과 작업하면서 처음 물었던 게 '왜 이 작품을 선택했나'였다. 조정석 때문에 출연했다고 했었다. 이선균은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좋은 배우 같다며 같이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저렇게 좋은 배우도 아직 호기심과 열망이 있구나라는 태도를 보여 놀랐었다"라고 전했다.


조정석은 고인과의 호흡에 대해 "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촬영하면서 단 한번도 즐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내가 장난기가 많아서 형에게 장난을 치면 다 받아줬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누구보다 집념이 대단했다. 연기하는 순간에는 굉장히 뜨거웠고 연기가 종료된 순간은 굉장히 따뜻했던 형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보고 싶다. 저 때문에 영화를 선택했다는 말 농담으로 알았는데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 나도 많이 의지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 역을 맡은 유재명은 "연기를 시작하고 나름대로 연극, 영화 통해서 많은 작품을 했는데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고 배우로서 내게 주어진 이 역할에 나는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궁금증도 생겼다. 잔상 같은 게 남았던 것 같다"라며 "인물들이 어슴푸레 떠오르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묘한 기분이 들어서 며칠 고민하다가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작품을 하는 내내 '우리가 같이 이 작품을 해냈구나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전상두는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실존 모델로 했다. 지난해 개봉한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전두광 역을 맡아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유재명은 "'행복의 나라'는 그 시대의 개인의 행복, 혹은 나의 가족 혹은 동료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은 개인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시대의 상징, 국가 폭력의 상징의 인물로 표현했다. 황정민은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폭발력과 카리스마 리더십을 보여줬다. 내가 연기한 전상두는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드러나면서 드러나지 않고 폭력적이면서 폭력적이지 않은 경계와 함께 시대의 상징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재명은 전상두 역을 위해 M자 헤어스타일 등 과감하게 스타일 변신을 감행했다. 그는 "전상두는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다. 일반인들의 시민들의 욕망을 짓누르고 편법을 쓰고 상식적이지 않은 술수로 진실을 은폐하는 개인, 집단의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상징한다.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것은 사실이나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은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부각되지도, 그러나 모자라지 않는 전 장군을 소화하기 위해 고민했다. 외형적으로는 머리를 다 면도한 상태로 4~5개월을 살았다. 집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놀라고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고 일상생활에서 머리를 숨기고 다녔다"라고 전했다.


조정석과 유재명은 추창민 첫 작업이다. 조정석은 "큰 형님 같았다. 현장이 '행복의 나라'였다.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해도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으셨다.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하게 해주셔서 그 부분에 인자하고 너그러우셨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재명은 "촬영 전에 감독에게 요청해 인물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감은 있지만 확신은 안 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만들어보자고 해주셔서 힘이 됐다. 현장에서는 일말의 양보도 없다. 나를 혹독하게 만들어줬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배우로서 색다른 경험 중 하나다. 아주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라고 당시 추창민 감독과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추 감독은 "박태주 모티프가 된 박흥주라는 인물은 국립묘지가 아닌 개인 묘지에 묻혀 있다. 묘비명을 보면 육군 대령 박흥주라고 새겨져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그 분이 소개되고, 그 분이 세상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가 조금은 희석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유재명은 "이 영화의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의 신념, 진실 은폐, 폭력, 그걸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행복은 무엇이고 우리 조국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이선균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많이 와서 그 친구의 모습을 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추 감독도 "이 영화에 대해 다른 건 장담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를 떠나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확인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8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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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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