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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전당대회 충성 사극 방불"…최고위원 후보 '이재명 지키기' 이구동성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07.03 07:00 수정 2024.07.03 07:00

李 출마 임박, 친명 최고위원 후보 난립

8·18 전대, '권리 당원 투표' 비율 대폭↑

세진 개딸 입김…하나 같이 '명심 마케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왼쪽부터)와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전 대표 지키기'를 자처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 대항마로 하마평에라도 거론되면 강성 지지층(개딸)의 공격을 받는 상황으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는 기정사실화 된 기류다. 당내에서는 원내 제1당의 전당대회가 이재명 전 대표를 주인공으로 세운 '충성 사극'을 연상시킨다는 자조적 표현마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원내·외 총 7명의 인사들은 이구동성 '이재명 지키기'를 출마의 변으로 삼았다. 이 전 대표 출마 시기가 이번주로 전망되면서 하나 같이 '명심'(明心·이재명의 의중) 마케팅을 펼쳐 개딸을 향한 표심 구애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원내에서는 4선의 김민석(영등포구을), 재선의 강선우(강서구갑)·김병주(남양주시을)·한준호(고양시을), 초선의 이성윤(전주시을) 의원이 각각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마쳤다. 이들은 모두 친명계 의원으로 꼽힌다. 조만간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형배(재선·광산구을), 전현희(3선·중성동구갑) 의원도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의 출마의 변을 보면 정책 비전이나 철학보다 '이재명 지키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더 단단하게 해달라"고 말했고,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며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김병주 의원도 출마 입장문에서 "최고위원이 돼 이재명 전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원외 친명계 인사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회견을 열고 "이재명 전 대표와 당원, 지지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닥공'(닥치고 공격)하는 의지와 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10총선 과정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했다가 'DMZ 목발 경품' 막말이 재조명돼 논란이 되면서 결국 공천 취소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일찌감치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여 컷오프(공천배제) 된 김지호 상근부대변인도 "검찰독재정권에 맞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지켜내겠다"며 "행정가와 당대표 이재명을 보좌했던 내가 이제 이재명의 동료로 그와 함께 내 삶을 바꾸는 정치,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을 살리는 정치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성남·경기도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처럼 후보들이 '이재명 지키기'를 강조하는 배경은 이번 전당대회부터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직전보다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존 40%였던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이번 전당대회부터 56%로 적용하기로 했다. 상당수가 강성 지지층인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이 최고위원 후보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셈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선거에 반영될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친명 적자생존' 구조가 된 것"이라며 "최고위원 후보들이 출마의 변으로 정책적 비전, 정치적 철학보다 권리당원 표심에 구애하는 상황은 이같은 구조 변경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이 '친명 일색'으로 점철된 배경엔 개딸들의 역할도 만만찮다. 이 전 대표의 경쟁자로 거론되거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 하마평에라도 오를 경우, 강성 당원들이 이른바 '싹 자르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갑자기 언론에 전당대회 후보로 거론된 지난달에 모르는 번호로 저주를 퍼붓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쟁자 싹 자르기를 하는 것 같던데 타격감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전당대회가 왕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이재명을 호위하는 한 편의 '충성 사극'이 연상되더라"라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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