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태호 "윤석열 정부? 포기한 것 같아…성적 매길 대상조차 안된다"
입력 2024.06.16 07:00
수정 2024.06.16 11:40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철학 중요한데 尹에게선 그게 보이지 않아"
"국회에서 '미래 어젠다' 논의가 중요한데
정부가 무력화…'삼권분립' 명확히 하자"
21대 국회가 재의요구(거부)권 정국으로 얼어붙은 채 막을 내렸고, 22대 국회 개원 직후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여당은 '국회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 같은 국회 상황에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으며, 민생을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만연한 상태다.
야권에서는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어젠다를 알 수 없다는 맹폭도 나오는 중인데, 이 와중에도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 낙제점을 넘어 이제는 성적을 매길 대상조차 안된다는 혹평도 나온다.
데일리안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22대 총선을 통해 재선 고지에 오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현재 정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태호 의원은 21~22대 재선 국회의원으로, 이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내는 등 3명의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왔다. 21대 국회에선 이재명 대표의 임명으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직을 맡아 총선을 앞둔 당의 공약과 정책개발에 앞장서기도 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낼 시절엔 '광주형 일자리(지역사회에서 노사민정이 대타협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면, 그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를 성공시킨 공이 있다. '제2 벤처붐' 정책을 주도(제1 벤처붐은 DJ 때)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벤처 기업의 육성에 힘썼고, 임기 초기 3개였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은 임기 말에 25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현재는 지역구인 관악구에 대한민국 최고의 벤처 창업단지를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서울대학교 주변을 바꿔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은 그를 '민생과 경제 회복'의 선봉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부합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시켰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22대 국회의 역할'을 경제를 제대로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 비리 의혹 등의 진실을 규명하는 '개혁' 또한 '민생'과 함께 국회의 화두가 될 것으로 꼽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태호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평가를 하자니 (국정운영을) 포기한 것 같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성적을 매길 대상조차도 안 된다"고 냉혹한 진단을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의 행정부가 미국의 대통령제와는 달리 법률안 제출권과 대통령의 거부권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입법부와 행정부의 명백한 역할 조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21대 국회 막바지 최대 쟁점이었던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정부·여당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회가 미래의 우리 어젠다들을 어떻게 쥐고 갈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기술 주도·선도국가가 돼 젊은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여기서 수반되는 격차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해소할지'를 큰 과제로 제시했다. 이른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개념이다.
끝으로 정 의원은 "민주당의 지금 속도감 있는 국회 운영에 대해서 시원하다 생각하는 분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는 걸 알고 있다"면서 "(22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유능한 민생정당·경제정당으로 발전해 나가는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니, 주목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22대 총선에서의 171석이란 승리의 의미와 민주당의 22대 국회에서의 역할을 어떻게 진단해야 할까.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60%를 육박하는 그런 것들이 장기간 지속됐다. 국민들이 하나로 결집한 것 같다. 국민과 정부가 유리(遊離)돼 있는 것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당에서도 얘기를 해왔던 역할은 두 가지다. '개혁'이라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졌던 국민 참사 그리고 또 그 (김건희 여사 등) 가족의 비리와 관련된 사안들에 있어 국민이 진실을 원하는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주는 것이다.
'민생'이라고 함은 지금 경제가 거의 곤두박질친 상태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들은 서민들이고, 고물가와 고금리에다가 국민의 실제 가처분 소득(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은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제대로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은 이번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걸 한마디로 우리는 '개혁'과 '민생'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다."
― 여당이 국회 보이콧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22대 국회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협치가 잘 안되는 모습을 보며 우려는 없나.
"처음부터 여소야대 국면이었다. 집권여당은 대화와 타협의 국정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그걸 거부했다. 하나의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야당 대표로 인정조차도 안 해서 만나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수사를 통해서 감옥에 잡아넣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국정운영을 했다. 또 한편에서는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을 거부권을 통해서 국회 자체를 무력화시켜 버렸다. 나도 청와대에 있어봤지만 결국 대화·타협의 장으로 어떻게 야당을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그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번 기회를 소위 3권 분립이란 우리 헌법 정신을 제대로 세워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겠다. 행정부 권력은 어차피 대통령에 당선됐으니까 집행 기관으로의 집행을 하면 되는 것이고, 입법기관은 명백하게 다수당이 중심이 돼 입법부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역할 부분을 이번에 명확하게 하고 가는 게 앞으로의 대화와 타협을 정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기점과 원칙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미국의 경우에는 행정부가 입법권도 법률 제안권도 예산 편성권도 없다. 우리나라에선 행정부가 예산 편성권과 법률 제안권에다 대통령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입법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지금의 교착된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는 게 맞는 시각이라고 보고 있나.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180도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야당과 야당 지도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또 국민 여론을 가지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어젠다들을 제도화·입법하고 실현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에서 제안하면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고 아예 대화조차도 하지 않으려 하고, 지금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를 보고 있으면 국정을 포기한 정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들한테 뭘 하겠다는 게 명확하게 전달도 안되고 있고, 뭘 하겠단 것이 있더라도 국회를 통해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국민연금 같은 경우는 야당이 아주 대승적으로 수용했는데도 오히려 그걸 걷어차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국정운영을 할 의지가 있다고 보겠나."
― 앞서 윤석열 정부 평가에 낙제점을 준 적이 있는데 유효한가.
"낙제점이라 하면 D 아니면 F였겠다. 지금은 성적을 매길 대상조차도 안 된다고 본다. 이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국정운영의 목표·방향 그리고 정책적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서 '윤석열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게 뭐냐'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평가를 할 수 있겠나. 그러니 평가할 만한 대상도 없고 또 평가를 하자니 (정부가) 포기한 것 같다. 이것은 국가의 운명과 연결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대통령제 국가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철학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한테서 그걸 못 느끼겠다. 또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대단히 엄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되돌아보면, 내놨다가 거뒀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권 초 취학 연령을 5살로 줄이자고 했다가 거둬들였다. 두 번째, 69시간 노동시간 얘기를 했다가 또 거둬들였다. R&D 예산 5조2000억원을 깎아놓고 난리가 나니까 다시 그걸 복구하겠다고 한다. 그다음에 직구(KC 미인증제품 해외직구 금지 정책 혼선)도 또 야단을 맞으니까 집어넣었다."
― 정책통, 일자리수석,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을 지나 22대 국회에선 기재위 간사에 이르는 수많은 명칭들이 이름 앞에 따라붙었거나 따라붙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정태호 역할론'은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까.
"앞서 얘기했던 '민생' '개혁'이란 화두와 더불어 국회가 미래의 우리 어젠다들을 어떻게 쥐고 갈 것이냐가 또 굉장히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려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기술 주도·선도 국가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 혁신이라는 것은 반드시 격차를 만들어낸다. 빨리 가는 데도, 느리게 가는 데도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해소해 나갈 것이냐'라는 점에서 불평등이라는 부분은 일종의 '포용성'으로 커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혁신과 포용이라는 게 결국은 우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쥐고 가야 될 두 개의 바퀴다.
세 번째로는 탄소 중립이다. 단순하게 기후위기의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도 관련이 된 것으로, 나는 수소경제포럼 대표도 맡았었다.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탈탄소 부분은 어떻게 보면 미래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인 것이다."
―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을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응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었는데.
"정치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힘없고 배경이 없는 삶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은 바뀌어야 된다. 나는 그것을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너무 제한적이다. 청년들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신산업과 관련한 다양하고 활발한 창업을 통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설사 창업을 했다 실패하더라도 완전히 인생이 망가지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표이사 연대보증 제도를 정책자금과 관련해선 폐지를 했었다. 나는 이것이 민간금융기관까지 또는 민간투자기관까지도 돼야 한다 생각한다.
또 정권이 바뀌면서 아쉬운 것은 예를 들면 모태펀드 같은 경우 매년 1조 원 규모를 편성했던 게 적을 때는 3000억원 정도 수준까지 떨어진다. 벤처 쪽에 자금이 말라버렸다고 한다. 이럴 땐 오히려 정부 재정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제대로 안 되는 게 아쉽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당의 지금 속도감 있는 국회 운영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시원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국민도 계시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기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제대로 해석하고 정부와 국회 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중요한 계기이다. 이것은 길게 보면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수가 있다.
또 하나는 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책임 있게 국회 운영에 반영해야 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과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이란 두 측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걸 통해서 민주당이 유능한 민생정당·경제정당으로 발전해 나가는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주목해 주시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