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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폭주→규탄대회→거부권→항의집회' 무한 도돌이표…해법은 [尹 2년, 앞으로의 3년 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5.10 04:00
수정 2024.05.10 09:05

尹대통령, 회견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 시사…野 "대통령 책임져야 할 것"

"협치 요원" 한목소리 속 일각 '尹 변화'와

'추경호 협상력' 여부에 "희망 있다" 시각도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시사하면서 협치가 더 어려워졌단 평가가 나온다. 4·10 총선 참패로 여소야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로 정쟁이 계속될 경우의 정치적 부담은 윤 대통령이 직접 짊어져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거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추경호 의원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남은 3년의 임기 역시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특검의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본회의 통과 뒤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사실상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다.


거대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특검 요구 관련 질문에 "특검은 검·경·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이자 정치 행위"라고 사실상 김 여사 특검 요구를 거절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저런 토 달지 말고 채 해병(상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하라"며 "만일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년 9개월 만에 열린 윤 대통령의 회견 직후 쏟아진 야당의 날선 반응에 정치권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와 민주당의 압박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윤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지속돼 온 '입법폭주→규탄대회→거부권→항의집회'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안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등 총 9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제는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과 후의 과정이 민주당의 입법폭주→국민의힘의 규탄대회→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민주당의 항의집회 순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일의 경우에도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여당과의 협의 없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상정을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본회의장을 퇴장해 국회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4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의 변함없는 입장과 야권의 강경한 태도만 확인됐다며 22대 국회에서도 정쟁과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사실상 법률가적인 입장에서 특검 개론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이번 회견 내용이 국민들에게 납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야당은 당연히 더 세게 밀어붙이면서 지금 상태를 지속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내가 특검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채상병 사건 수사에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야당의 특검 쓰나미가 몰아닥칠 것"이라며 "특히 여소야대가 더 확대된 22대 국회 개원 전까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총선 전보다도 훨씬 더 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난감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선자총회를 열어 추경호(대구 달성·3선)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을 통해 "당선인 108명이 똘똘 뭉쳐야 한다.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선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엔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추 신임 원내대표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추경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꺼낸 이야기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당 차원에서 뒷받침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탈표가 생겨도, 생기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니 만큼 당분간은 협치로 가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지난 2일 본회의 통과 과정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야는 이태원특별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하루 전까지 만나 서로 양보하며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이에 이태원 특별법 제정안은 재적 296명 중 256명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내대표의 역할이 당내 의견을 모으고, 야당과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인 만큼 추 원내대표가 얼마나 폭 넓은 재량을 가지느냐에 따라 협치의 가능성이 움직일 수 있단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법률은 사실의 영역이지만, 정치는 인식의 영역이다. 어떤 법안이든 인식의 영역에서 양보하고 협상하면 합의라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게 바로 정치"라며 "서로가 인식을 같이 하고 양보할 자리를 만들면서 가면 충분히 협치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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