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이미지 걷어내고 '쌍방향 소통' 재개 신호탄 쐈다 [尹 2년, 앞으로 3년 ①]
입력 2024.05.10 00:00
수정 2024.05.10 07:56
尹,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 개최
대국민 메시지 22분·질의응답 73분
원고 없이 답변…김 여사·韓 질문엔 머뭇
쌍방향 소통 지속돼야 정부 신뢰 회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향 소통' 재개 신호탄을 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외신 기자 150여 명 앞에서 각종 현안 질문에 순조롭게 답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후 두 번째이자,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이날 2층 집무실에서 22분가량 '국민보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국민 메시지는 지난 2년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 상황, 향후 3년간 국정운영 계획 등으로 채워졌다. 특히 '민생'을 14차례나 언급하며 민생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책상 앞면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새긴 명패가 놓였다. 지난해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1층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73분 동안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분야 질문 20개를 받고 답변했다. 따로 준비된 원고는 없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땐 20분간 모두발언 후 취재진 질문을 34분간 12개를 받았는데, 올해 기자회견에선 질의응답 시간이 약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여당의 4·10 총선 참패에 대한 첫 질문에 윤 대통령은 "내가 국정 운영해 온 것에 대해서 좀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들의 평가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등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을 땐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리다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각종 질문에 대응했다. 중간중간 미소를 짓거나, 답변하면서 큰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는 등 기자회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모습도 보였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된 질문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드려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즉석에서 나온 표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KBS 특별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고 좀 아쉬웠다"고 말한 것에 비해 진전된 입장 표명이었다. 다만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 공세"라고 선을 그었다.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엔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지켜보자면서도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할 때는 내가 앞장서서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수용'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지난 2년간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여러분을 뵙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단상에서 내려와 참석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자회견을 끝냈다.
기자회견장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2차장, 왕윤종 3차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모두 참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방적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자체가 '불통 이미지'를 걷어내는 큰 변화"라면서도 "특별히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답변이 없었던 만큼, 득점도 실점도 없는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쌍방향 소통이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며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윤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진심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