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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원하면 한다”…대통령이 불붙인 ‘제2의 오색케이블카’ 논란 [환경은 어쩌고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3.19 07:00
수정 2024.03.19 07:00

윤 대통령, 케이블카 추가 건설 발언

환경·시민·사회단체 ‘심각한 우려’

경제성도 옛말…대부분 적자 허덕여

IUCN “국립공원 케이블카 신중해야”

지난 2021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과 제부도를 연결하는 서해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오색케이블카를) 2026년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오게 되고 13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지역 경제에 줄 것이다. 앞으로 지역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케이블카 추가 건설’ 발언 후폭풍이 계속된다.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건설을 두고 찬반 대립이 치열한 상황이라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강원도에서 진행한 19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케이블카 추가 건설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가 어마어마한 산림자원을 갖고 있는데 절대적 보존주의자라는 철학을 갖고는 무엇을 할 수가 없다”며 “열차나 케이블카가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자연이 더 보존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환경과 이용이라는 것은 첨단기술로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강원도 산림자원이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겠다”며 “강원도가 지정하는 산림 이용진흥지구에 포함된 국유림에도 산림 관광열차, 야영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 이를 통해 강원 산악관광을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에 일부 환경단체와 야당에서는 내달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선거용이라며 케이블카 추가 건설이 환경 파괴는 물론 전국의 국립공원을 난개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설악산 오색 삭도는 2019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했지만 2023년 2월 환경부에서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협의를 결정했다. 환경적 부적합성을 뒤집은 정부는 부정적 경제성 평가마저 감추고 국비 지원은 단 1원도 지원되지 않는 오색 삭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색의 절경을 파괴하고 단 몇 명의 배를 불릴 게 뻔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영남알프스·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로 진통


현재 케이블카 사업으로 논란 중인 지역은 설악산, 지리산, 신불산, 보문산, 계룡산 등이 대표적이다.


설악산 경우 50년 가까이 논란을 지속하다 지난해 ‘조건부’ 승인을 얻은 오색케이블카가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최근 지역 주민 일부가 사업비 문제를 놓고 강원도에 주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사업 조기 통과를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포기하면서 국비를 받을 수 없게 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주민대책위)는 지난 13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색케이블카 사업으로 양양군의 예산이 파탄 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가 든다”면서 “사업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대책위는 해당 사업이 적자가 예상됨에도 국비를 확보하지 않고 비용 대부분을 양양군이 부담하기로 한 과정의 위법성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 내빈들이 지난해 11월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열린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지구 케이블카 착공식을 마친 뒤 사업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진통 중이다. ‘영남알프스(신불산)케이블카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반대위)는 지난 5일 울산시 울주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불산 케이블카 신불재 노선 상부 정류장 예정지는 남근봉과 맞닿아 있는데, 경사도가 90도를 넘어 건축물을 짓기 부적합하다”며 “전북 무주 향적봉 일대나 밀양 재약산 일대는 케이블카 완공 뒤 폐쇄하기로 했던 상부 정류장을 개방해, 산이 사막처럼 황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불산 케이블카는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8㎞ 구간에 케이블카 노선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시행자인 영남알프스케이블카는 3월 중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사항을 반영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업체들 적자 투성이, 환경·지역 모두 도움 안 돼”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환경훼손은 물론 경제성 역시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11일 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통해 “환경부의 비상식적 결정으로 조건부 동의가 내려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사회적 갈등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며 “환경훼손 우려는 더욱 커졌으며 경제성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대통령은 오색케이블카가 본격 운영되면 1300억원 이상 경제효과로 지역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 밝혔지만 대부분의 케이블카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설악산이라는 자연유산을 반짝 개발사업을 위해 훼손하는 것은 당장 경제적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국가 자산의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케이블카 운영업체 다수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41개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보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21년 개통한 명량해상 케이블카는 개통 첫 해 15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2022년에도 3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2022년 개통한 경남 하동 금오산케이블카도 첫해 1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 해 2억원 흑자 이후 매년 10억원 이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하동케이블카 역시 지난 2022년 1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섬과 바다, 산을 아우르는 형태로 개발한 경남 사천시 바다케이블카는 개통 이듬해부터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이용객은 54만여 명에 그쳐 타당성 조사 당시 예상한 90만 명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립생태원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트레버 샌드위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장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멸종위기종 보전과 국립공원 개발은 물과 기름처럼 상극”이라고 말했다.


트레버 국장은 “(한국이) 굳이 국토의 약 7%밖에 차지하지 않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지으려면 신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의 경우 국립공원 내 설치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27차례 만나고도 대책은 ‘無’…환경부, 택배 포장 규제 결국 연기[환경은 어쩌고④]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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