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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선택…노른자위 땅에 ‘빌딩’ 대신 ‘공원’을 [환경은 어쩌고②]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3.16 07:00
수정 2024.03.16 07:00

뉴욕 한복판에 조성한 ‘센트럴 파크’

150년 지나 시민 육체·정신 안식처

정부, 경제 앞세워 그린벨트 해제

미래 세대에 남길 자산 고민해야

미국 뉴욕 시민이 맨해튼 센트럴 파크 잔디 구역에서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에는 세계 최고 공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가 있다. 서울 여의도 전체 크기와 비교할 만한 전체 면적 3.41㎢의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허파’로 불린다.


16년 공사 끝에 1873년 완성한 동서 길이 약 800m, 남북 약 4㎞ 달하는 거대 공원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개발할 당시 찬반 논란이 엇갈린 곳이다. 뉴욕 신도시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공원을 짓자고 하니 토목업자들의 반대가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 도시 디자이너였던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만큼 정신병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시인 윌리엄 브라이언트의 조언에 따라 공원 조성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결과 오늘날 센트럴 파크가 생겨났다.


공원 조성 150여 년이 흐른 지금 센트럴 파크는 생활에 찌든 도시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 되고, 지친 몸과 활력을 충전시키는 아주 효율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150년 전 공원 대신 ‘빌딩’을 선택했다면 우리가 떠올리는 ‘뉴요커’의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 논란 불가피


정부는 최근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처는 그린벨트 해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환경평가 1·2등급지까지 대상에 포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13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자리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질서 있고 효율적인 개발을 끌어내는데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그린벨트 논의가 시작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도가 높거나, 경사가 급하기만 해도 무조건 개발할 수 없게 막았던 획일적 규제를 없애겠다”며 “철도역이나 기존 시가지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전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더 쉽게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발언에 환경단체와 환경 전문가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리라는 주장은 망령”이라며 “이미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한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 총량 531.6㎢조차 어떻게 개발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조성된 산단이나 도내 광역적 토지이용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이지도, 환경적이지도 않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환경평가 1·2등급 기준지에 대해서도 해제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으로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명분으로 난개발 문을 열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 ‘자연공존지역’ 확대 추진


정부 그린벨트 해제 추진은 국제사회 움직임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지난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5)를 열고 2030년까지 지구의 30% 이상을 보호지역이나 OECM(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COP15에는 한국 정부도 참여했다.


현재 한국 육상 보호지역은 1만7505㎢로 국토의 17.5%에 그친다. 학계에서는 그린벨트를 OECM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연환경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그린벨트는 자연환경국민신탁 보전재산과 보전협약지, 세계자연유산 완충구역, 사찰림 등과 함께 OECM에 부합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물론, 모든 그린벨트가 OECM 조건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경평가 1·2등급 그린벨트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전체 그린벨트의 80%가 1·2등급지라는 점에서 OECM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이 도시환경 보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린벨트 훼손은 미래세대 자산을 훼손하는 것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벨트는 1971년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후 8차례에 걸쳐 지정한 그린벨트 면적은 5397㎢로 전 국토 5.4%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7%가량만 남아 있다.


▲“주민이 원하면 한다”…대통령이 불붙인 ‘제2의 오색 케이블카’ 논란 [환경은 어쩌고③]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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