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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진보단체도 외면…의사 집단행동 '사면초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3.03 14:18
수정 2024.03.03 14:19

한국노총‧민주노총,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의료계 비난 성명

경실련 "의료윤리에 반하는 행위…국민지지 못 받을 것"

이재명 '정책후퇴 요구' 발언에도 "정책추진에 혼선 야기" 비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립각을 세웠던 노동계와 진보 시민단체들까지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비난하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나서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비대위는 이날 의사 2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한다는 전략이지만 정부는 행정처분과 사법적 처벌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의협으로서는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처벌을 받더라도 함께 맞서줄 만한 외부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통상 총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상태에서는 정부의 스탠스가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여야 지지층을 막론하고 의료계 집단행동에 반발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총선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정부 투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등장해온 노동계와 진보 시민단체들마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등을 돌린 상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지난달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그간 역대 정부마다 제한된 보건의료자원으로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자 수가 조정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 왔지만, 필수‧지역의료 공백은 갈수록 심화돼 간호사조차 제때 수술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응급실 병상 부족과 소아과 오픈런 등 국민의 불편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 요구로 의대 정원의 축소·동결을 유지해 온 데서 비롯된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의사협회를 겨냥해 “그간 누적된 의료체계 문제 앞에 보험료 재정이 추가 투입되는 정책적 우회 수단만 내세우며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확충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급기야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이번 집단행동은 코로나 현장을 어렵게 지켜준 데 보내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의 주장은 그것이 무엇이든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만큼,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와 경제단체, 특히 사사건건 대립해온 민주노총과 경총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각계각층에서 일치됨을 보여준다.


진보 시민단체들도 잇달아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의료윤리에도 반하는 행위로 국민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면서 “의사 이익에 반하는 정책은 집단행동으로 막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지 못하면 환자보다 의사 이익이 우선인 왜곡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2000명을 증원하면 대학이 수용할 수 없는 규모고, 의료계에선 연 400~500명 정도의 순차적 증원을 받을 용의가 있으니, 수용 가능한 증원 폭 논의에 나서라”며 정부에 정책후퇴를 요구한 부분도 비난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 편을 들며 사태를 정쟁화해 정책추진에 혼선을 야기하고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민의 비판과 심판이 있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2000명 증원 규모는 전문국책기관의 수요추계 결과이며 의과대학 수요조사 결과를 고려한 수치인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제부터 의사들의 대변자가 됐느냐”고 반문하며 “전략도 없이 의대 정원 400명 증원에도 실패했던 지난 정부를 이끈 민주당은 통렬히 반성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일단 이날까지 집단행동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최대한 설득한 뒤 이후부터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KBS 시스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오늘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에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며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각종 행정처분, 그다음에 필요하다면 사법적 처벌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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