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공천'에 용산은 없었다…대통령실 출신 '제로' [한동훈 시스템공천 윤곽 ①]
입력 2024.02.15 00:10
수정 2024.02.15 00:10
'尹 40년 지기' 석동현, 컷오프…"겸허히 승복"
정영환 "데이터 보고 하니 위원 사이 이견 없어"
韓 "보수당 최초 시스템 공천 의미가 바로 이것"
과열 지역 '컷오프' 함의는…전략적 재배치 주목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차 단수공천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밀접한 인사들이 배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이 컷오프(공천탈락) 되면서 '한동훈표 시스템공천'이 궤도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이번 단수추천 결과로 시스템공천의 첫 단추를 잘 꿴 것이란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향후 공천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단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14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공천 면접을 마친 서울·호남·제주 지역에 대한 1차 단수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결과 총 25명이 단수공천 후보자로 선정됐다. 관심을 끌었던 서울 지역에서만 총 49개 지역구 가운데 19곳이 단수추천 지역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30곳은 경선 또는 우선추천(전략공천), 재공모 지역으로 분류됐다.
공관위는 이날 단수공천 지역 선정 기준이 '시스템공천'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했다.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이었을 경우엔 경쟁력(40), 도덕성(15), 당 기여도(15), 당무감사(20), 면접 점수(10)를 합산해 기준점을 삼았다.
앞서 공관위는 복수의 신청자 중 1인의 공천 신청자가 '경쟁력 평가(여론조사)'에서 타당 후보 대비 본선경쟁력(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에서 10점 이상인 경우 단수공천 후보로 선정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경쟁력 평가'에서 공천 신청자 중 1위 후보의 지지율이 2위 후보보다 2배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에서 10점 이상인 경우도 단수추천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았다. 이날 공관위는 비(非)당협위원장의 경우엔 경쟁력(40), 도덕성(15), 당 및 사회 기여도(35), 면접(10) 점수를 합산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준으로 공개된 명단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윤 대통령과 가깝거나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한 명도 '단수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서울 송파갑이다. 공관위는 이날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를 단수공천 후보자로 선정했다.
앞서 송파갑에 출마를 선언했던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이자 '40년 지기'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컷오프' 됐다. 이에 대해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여러 가지 지표가 안됐기 때문에 송파갑에 신청했다가 컷오프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시스템공천을 통해 박정훈 후보 1인으로 가야 승리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대통령실 출신인 이승환(중랑을), 여명(동대문갑), 김성용(송파병), 권오현(중·성동갑) 등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들도 이번 1차 단수공천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 위원장은 "헌법가치에 충실한 분, 실력 있는 분들이 기준이다. 용산(대통령실)에서 왔는지 당에서 왔는지는 관계없다. 승리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쿨하게 정했다"며 "시스템공천으로 데이터를 보고하니 누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지 눈에 들어왔다. 공관위원들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출신 중에서는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용산)을 제외하면 모두 단수공천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실제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중·성동구을),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서울 영등포을), 박진 전 외교부 장관(강남을) 등은 단수공천 후보자가 되지 못했다.
공관위가 시스템공천을 근거로 단수공천 명단을 확정하자 컷오프 된 인사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목소리를 냈다. 석 전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에 겸허히 승복한다"며 "당의 총선 승리와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적었다. 아울러 공천 경쟁을 벌였던 박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함께 뛰셨던 석동현, 안형환 두 선배들께도 위로를 전한다. 두 선배들의 뜻도 잘 받들면서 함께 지역을 살펴나가겠다"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당내에선 이번 공관위의 단수공천 명단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도 예외는 없다는 시스템공천의 첫 작동 사례로 보고 있다. 그 동안 비판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대통령 관련 인사가 양지만 찾는다'는 지점을 일거에 해소하고 당 내홍으로 번질 수 있는 공천 잡음까지 한 번에 잡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보수정당 최초의 시스템 공천을 실천하자고 말한 의미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스템 공천의 윤곽이 잡히면서 앞서 제기된 전략적 재배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역 의원과 경쟁력 있는 예비후보들이 몰린 지역에서 일부 인사가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재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앞서 정 위원장이 "후보자들이 원치 않으면 지역구의 인위적인 재배치는 없다"고 밝힌 만큼 기존 시스템공천의 틀인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전·현직 의원 3명(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맞붙은 중·성동을이다. 전날 면접에서 세 후보자는 모두 지역구 재배치에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공관위원장은 중·성동을의 상황에 대해 "본인들이 원하면 경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 단수공천을 받지 못했단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점수라는 시스템을 갖고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결과가 나온 다음 잡음이 없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제 앞으로 공관위가 다른 지역에서도 어떻게 공천을 할지가 시스템공천을 살리는 길인만큼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