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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되돌아가는 꼴"…민주당, 조국 신당 창당 선언에 난감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2.14 00:30 수정 2024.02.14 06:56

조국 "국가 위기 극복할 대안 제시하는 정당 만들 것"

野와 협력 의사 내비쳐…통합비례정당 합류 염두한 듯

민주당, 정권심판론 동력 약화 우려에 일단 거리두기

"불필요한 논란·갈등 야기…선거연합 대상 고려 어려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부산 중구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당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전국 지역구에서 '반윤연대'로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방식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민주당은 난감한 표정이다. 민주당은 일단 '정권 심판론' 동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조국 전 장관은 13일 오후 부산 민주공원 참배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4월 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정권 심판 뿐이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소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국민들과 함께 큰 돌을 들겠다. 그 길에 함께 해주시면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비례정당에 합류 가능성에 "민주당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신경쓰면서 나의 행보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조기 종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민생·경제를 회복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그 중심에 가장 큰 본진으로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 민주당보다 더 빨리 행동하는 정당,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싸우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부산 중구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조 전 장관이 통합형비례정당 합류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선긋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 및 중도층 유입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정치 전면에 나선다면 '선거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홍근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민주연합) 추진단을 띄워, 민주당과 새진보연합·진보당 등 원내 3개 진보정당과 그간 연동형제를 지지해 온 시민사회 세력과 함께 이날 통합형비례정당 구성에 합의했다. 박 단장은 조 전 장관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설령 (조국)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단장은 이어 "절체절명의 역사적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라며 "과도한 수사로 억울함이 있겠고 우리 민주당이 부족함이 있더라도, 부디 민주당과 진보개혁세력의 단결과 승리를 위해 자중해줄 것을 간절하면서도 강력하게 요청을 드린다"고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의 신당과 연대한다면 정권심판론 동력이 약화될 건 뻔하다"라며 "조국의 강을 애써 건너려고 했는데, 스스로 조국의 강으로 다시 들어가는 꼴이 말이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강성 지지층 다수가 민주당 지지 세력인 점을 감안하면,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조 전 장관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분위기도 당 일각에서 감지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조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며 신당 창당을 지지한 게 민주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현실정치 참여 선언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어떤 모양으로 같이 할 지는 모르겠으나 정권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따로 또 같이"라고 환영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조 전 장관의 신당에 대해 방치하거나 혹은 받아들이거나 하게 될 경우 이른바 우리가 어렵게 건너갔다고 생각했던' 조국 사태' '조국의 강'을 다시 되돌아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민주당과는 다른 정당으로 야당의 목소리 또 민주당이 집중하지 못하는 야권의 역할 이런 부분들에 대한 상징적인 역할과 지지자를 모으는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말씀 같다"고 선을 그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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