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박정훈 "송파갑 자부심 지켜드릴 적임자"
입력 2024.01.08 18:19
수정 2024.01.09 10:31
박정훈 전 TV조선 시사제작국장 인터뷰
22대 총선서 서울 송파갑 출마 '결단'
"대한민국의 가치 지키는데 나 자신을
도구로…목표지향적 시각에서 결단"
TV조선 메인 뉴스와 '박정훈의 정치다'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친숙한 박정훈 전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이 22대 총선 서울 송파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1996년 언론계에 들어온 이래 27년간 '정통 기자'의 삶을 살아온 박 전 국장을 향한 정치권의 손짓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왜 지금 '결단'하게 됐으며, 정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 것일까.
박정훈 전 국장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실 정치권에서 그동안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현실정치) 참여를 요청하는 제안이 많았었다"면서도 "그 때에는 내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결단' 했을까. 박 전 국장이 TV조선 정치부장을 지낸 시기는 그간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가치관이 무너져내릴듯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이 궤멸적 패배를 당했던 2020년 총선부터, 0.7%p 차로 막을 내렸던 202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박 전 국장은 우리 사회의 위기를 목도했다. 그것이 '결단'의 배경이 됐던 것은 아니었을까.
박 전 국장은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함께 만들어왔던 가치들이 문재인정부에서 무너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기자로서 몸부림치며 외쳐왔지만 지킬 수 없는 환경들이 이어졌다"며 "이제 그런 것들을 지키는데 나 자신이 도구가 돼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결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지금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보수 내부에 만들어있지 않다"며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태야 보수가 바로서는데 큰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 에너지를 만드는데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지금은 이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보수를 바로세우는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데, 그러한 목표지향적인 삶에 (정치참여 결단이) 가장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이 만난 尹 "합의 존중의식 강해
헌법정신에 대한 투철한 생각 갖고 있어"
소통 안되는 이유?…"민주당 구조 때문"
"김건희 특검법, 또 하나의 내로남불"
27년 기자 생활 중 20년 가까이를 정치부 기자로 살아왔던 박 전 국장이 보기에도 지금의 정국은 꽉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 지지율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본 박 전 국장은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대화와 소통, 합의에 대한 의지와 존중의식이 높은 분'이라고 단언했다. 여야의 대화와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다른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본질'이라는 것이다.
박정훈 전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직후에 뵐 기회가 있어서 만났다. 그 때는 정치에 대한 결심을 하기 전"이었다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윤 대통령은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 느꼈고, 그러면서도 강인한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세간에서는 검사 출신이라 정치를 여야 합의를 통해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게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만나서 얘기해보면 합의에 대한 존중의식이 굉장히 강하다"며 "여야가 합의하고 국가 전체가 동의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헌법정신인데, 윤 대통령은 이러한 헌법정신에 대한 투철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의 구조 자체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구조 아니냐"며 "이재명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무리하게 보궐선거에 나서고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당을 사법리스크 방어에 활용하는 상황이라, 대화와 합의를 통해 여야가 뭔가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구조적 여건인데, 야당은 그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온전히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의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박 전 국장은 '내로남불' 요소가 있는 특검법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합의와 소통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전 국장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만 해도 내용을 보면 기존 특검법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의혹으로 시작했지만 파생되는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돼있고, 특검도 대한변협 등에서 추천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천한 인사 중에 고르게 돼있기 때문에 편향성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리핑은 과거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특검' 때도 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선 뒤에 피의사실공표는 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내부훈령으로 막아놓은 게 당시 집권세력(민주당) 아니냐"며 "그래놓고서 또다시 데일리 브리핑을 하도록 열어준다?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쓴소리를 정치적 동력 삼아선 안돼
받아들여질 방법으로 고언 하겠다"
"'자리다툼' 너무 많이 봐…'이기적
DNA' 바꾸는 보수혁신 밀알 되겠다"
물론 박 전 국장 또한 국민들이 답답하게 느끼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오롯이 야당 탓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정체된 부분, 정부·여당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감 등은 여권 전체가 성찰해야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이른바 '내부총질'의 계기로 삼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고언(苦言)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박정훈 전 국장은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력을 키워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정책방향, 후대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과도한 예산 지출을 막는 결기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국민은 많지 않으실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여권 전체가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성찰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부분에서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파괴적인 목소리들,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한다"며 "일부 의원들이 윤석열정부를 공격하는 것을 본인들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은 것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께 고언할 부분은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고언을 해나갈 생각"이라며 "대중을 선동하거나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 행위를 통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는 것은 형식만 '쓴소리'지, 본질은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민들은 누군가가 새로이 정치에 입문할 때, 그 사람 개인의 역량과 '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진심과 진정성을 본다. 박 전 국장의 개인적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건은 정치를 하는 진정성이다. 박 전 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계입문 목적 중 하나로 보수의 문제점의 근원인 '이기적 DNA'를 바꿔나가겠다는 점을 들었다.
박 전 국장은 "27년의 기자 생활 중 정치부 기자로 일한 게 20년에 가까운데, 나라가 이렇게 된데에는 보수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자리다툼을 벌이는 '이기적 DNA'를 많이 봐왔는데, 이러한 '이기적 DNA'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희생과 헌신이 부족한 모습, 그런 '이기적 DNA'를 바꾸고 결국에는 보수를 혁신하는데 내가 밀알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간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가장 큰 목표 안에서 겸허한 보수, 자기희생과 헌신으로 가치를 빛나게 하는 보수를 새롭게 세우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자부심 강한 송파, '원팀'으로 난제를
해결하고 자부심을 지켜드리겠다"
10일 오후 3시, 교통회관서 출판기념회
"정치서도 본질 찾고 에너지 만들겠다"
박 전 국장이 22대 총선 출마 지역구로 염두에 둔 곳은 서울 송파갑이다. 이날 공교롭게도 현역 지역구 의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다.
서울 송파갑은 '강남3구'의 일원이라 '텃밭'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은 만만치 않은 접전 지역이다.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불과 2.3%p 차로 제쳤으며, 2020년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후보가 3.2%p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최근 유출된 당 사무처의 이른바 '서울 6석' 자체 판세 분석 보고서에서도 우세 6석 중에 송파갑은 들어있지 않다.
이와 관련, 박정훈 전 국장은 "송파는 '강남3구'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강남이나 서초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보면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인물경쟁력이 좌우하는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지역인 송파, 그 중에서도 송파갑에 도전하게 된 것은 당의 권유도 있었지만, 내가 송파의 자부심을 지켜드릴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송파가 갖고 있는 여러 난제들,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내 경험을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파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67만 명의 인구가 있는 구이기 때문에 이해가 굉장히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은 곳"이라며 "송파에 지역구 의원이 세 분 있지만 내부적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원팀'으로 송파 현안을 해결하는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송파 전체가 '원팀'이 돼서 송파의 난제를 해결하고 자부심을 지켜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는 10일 오후 3시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박 전 국장의 저서 '본질을 향한 여정'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일종의 출사표(出師表) 격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기자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바꿔입고서도 '본질을 향한 여정'은 계속해나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박 전 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 어른들이 '그만 좀 물어봐라' 할 때까지 물어보곤 했다. 기자로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기자 시절 칼럼에서 어떤 사람에 대해 쓰거나 할 때 그 사람의 본질에 대해 끝까지 알아내려 했다. 기자의 역할은 사물·사람·사건의 본질을 얼마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질을 알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갔던 과정들을 책으로 내는 것은, 정치의 본질, 지금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나 스스로의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연결이 돼있다"며 "앞으로 정치에서도 본질을 찾고, 본질을 바꾸려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