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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비 ‘천억’ 시대, 진부해진 ‘성공 공식’은 안 통하니 ‘답답’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12.31 14:20 수정 2023.12.31 14:20

700억 ‘경성크리처’도 혹평

‘오징어게임2’·‘폭삭속았수다’ 등 출격 앞둔 대작들 어떨까

톱스타가 나선 700억 대작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완성도 높게 구현된 크리처에, 1940년대 경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톱스타 박서준, 한소희의 열연까지. 성공 공식을 빼놓지 않고 담았지만, 이를 채우는 서사의 부족함이 국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대작’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투입되는 제작비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리스크도 커지고 있지만 대중들의 반응을 예상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면서, 제작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지난해 말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넷플릭스가 올해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경성크리처’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기시감 가득한 신파적 전개로 국내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물론 일부 시청자들은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당시 조선인들을 끔찍한 실험 도구로 삼았던 일본의 만행을 해외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짚었으며,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선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며 높은 글로벌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흥행 공식’을 버무렸음에도 혹평이 쏟아진 ‘경성크리처’를 보며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드라마 시장에선 “위기”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작비는 연일 상승 중이다. 700억 대작 ‘경성크리처’에 이어, 제작비 1000억원설이 불거진 ‘오징어게임2’가 출격을 앞두고 있으며,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삼식이 삼촌’은 4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졌다.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폭삭 속았수다’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제작비가 600억원이 넘게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회당 5~7억원 수준이었던 제작비는 최근 15억원으로 뛰었고, 규모가 큰 작품의 경우 회당 30억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키운 톱배우들의 몸값과 주52시간제 정착으로 상승한 스태프 임금, 후반작업의 커진 중요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커지는 부담감에도 스타 캐스팅과 규모를 포기하기는 힘들다.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눈에 띄고, 선택을 받기 위해 스타 작가, 배우, 감독을 잡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 김은숙 작가, 이병헌 감독이 의기투합한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를 비롯해 전지현-강동원이 함께 출연하는 ‘북극성’, 송강호의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 등 위축된 영화 시장에서 이동한 톱배우들의 가세까지 더해져 드라마 시장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의 화제성 유효기간은 짧아지고, 무엇보다 드라마들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면서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경성크리처’가 혹평을 받은 가운데, 임시완, 이선빈, 이시우 등이 나선 쿠팡플레이 ‘소년시대’가 코미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스타 캐스팅과 화려함으로 무장한 볼거리 등 성공 공식을 벗어난 작품이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으며 ‘반전’을 쓰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스타 작가, 감독, 배우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파급력이 훨씬 큰 만큼, 여전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여기에 이제는 서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것을 더 염두에 두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한다. 전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게 더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작들의 의미도 있다. 장르적인 시도도 있고, 또 스펙터클이 주는 큰 흥미도 있다. 이러한 시도들과 색깔 있는 작은 작품 또는 중급 규모의 콘텐츠가 공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라고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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