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나와서 땡큐" 반색…일각선 '검사 대 피의자' 구도 우려
입력 2023.12.22 00:30 수정 2023.12.22 00:30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총선 '정권심판론' 부각 '호재' 인식
사법 리스크 공세 강화 우려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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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의 극치" "그렇게 급했나". 국민의힘 한동훈호(號)가 현실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법무행정 공백을 자초하면서까지 자신의 영달이 중요했느냐는 주장인데, 속내는 '한나땡(한동훈 나와서 땡큐)'이다.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에 '아바타' 이미지를 덧씌우고 '검찰 공화국' 공세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21일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임 지명이 이뤄지기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꼬집으면서 "부르기도 전에 달려가다니 그렇게 마음이 급했나"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무행정의 공백 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없다"며 "그동안 국회와 국민 앞에서 해왔던 말들은 다 허언이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 장관은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고작 이틀 전"이라며 "국민의힘 원로들이 한 장관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며 띄워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나"라고 일침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말잔치와 말싸움으로 끝난 한동훈 법무부 1년 7개월"이라며 "이렇게 무책임 할 수가 있냐"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의 정치적 진로는 본인이 알아서 선택한 일이겠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그동안 한동훈 법무부 1년 7개월의 시간은 그저 '말의 성찬'으로 점철됐다고 밖에 볼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1년 반 동안 한 일은 말잔치, 책임전가, 야당 공격뿐이었는데, 이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가니 이 정부와 여당은 성과는 상관없이 죄다 요직에 특수부 검사만 잔뜩 가 있는 '다특검정부여당'이 돼버렸다"며 "이래놓고 쌍특검은 반대할 요량이니 참 기가 찰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윤석열 바지사장 김기현 가고, 윤석열 아바타, 김건희 호위무사 한동훈 오다"라며 "국민 무시, 뻔뻔함, 안하무인, 무능의 정치는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준병 의원도 "국민의힘에서 검찰의힘으로"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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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럼 민주당이 한목소리로 한 장관을 비판하는 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라는 총선 전략과 무관치 않다. "한 장관은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의 대리인"(장경태 최고위원),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석열 심판 정서를 더 키우는 것"(우상호 의원)과 같은 시각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여당의 대표를 검사 출신 한동훈으로 세웠다고 하게 되면 오히려 선명성이 있다"며 "그쪽에서는 구원 투수로 아마 내미는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패전 처리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심판론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하고, '김건희 특검법'도 악법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무슨 한 장관이 대통령과 어떻게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서 혁신할 수 있겠나. 우리 당에 호재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붙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한 장관의 여야 수장 구도가 '피의자 대 검사' 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엔 부담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이 국민의힘 얼굴이 되면서 민주당 사법 리스크를 공세 소재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도덕성을 상실한 정당이라는 여론전을 펴면 이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게 당에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이날 입장문을 내고 '통합비대위'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은 "사실상 '윤석열 비대위'다. 이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 안에 갇히게 됐다"라며 "결국 많이 변하는 쪽이 이긴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포기한 지금이 민주당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힘이 대통령만 보고 '한동훈 비대위'로 갈 때, 우리 민주당은 국민만 보고 '통합비대위'로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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