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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빨라지는 행보…내년 주총서 치열한 경쟁 예고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3.12.07 15:50
수정 2023.12.07 15:56

한국타이어 공개 매수 이어 삼성물산 조직 개편 촉구

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내세워 목소리 높여

기업 경영 안정성 저해 및 수익에 과도한 매몰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MBK파트너스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의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가운데 영국 헤지펀드인 팰리서 캐피털(Palliser Capital)이 삼성물산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행동주의펀드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들과 펀드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털이 삼성물산에 조직 개편 및 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경영에 개입하는 성향이 있다. 현재 팰리서 캐피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0.62%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고 지배구조, 이사진과 주주간 커뮤니케이션 등에 경영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 지주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자본 배분에 능숙한 전문가를 이사진에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또 4개 사업부에 대한 통합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특정사업부 매각 또는 분사 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사업 효율성과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개편 및 개선 촉구를 주도하는 인물이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그는 과거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20년간 펀드매니저를 역임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당시 반대를 주도했던 그는 지난 2021년 엘리엇 출신 펀드매니저와 함께 팰리서 캐피털을 설립했다.


이미 삼성물산의 또 다른 투자자인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이 지난달 공개서한을 통해 삼성물산 주가 흐름이 부진한 점을 비판하며 개선책을 요구한 터여서 내년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촉발…현대엘리, 현정은 회장 이사직 사임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것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의 유통주식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며 회사를 인수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도 설립하는 등 인수합병(M&A) 목적의 공개 매수를 추진 중이다. 가격은 주당 2만원이며 총 발행주식의 20~27% 확보가 목표다.


한국앤컴퍼니의 대주주 지분이 42%를 넘어 사측이 우호 지분을 8%만 확보해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임에도 공개 매수 시도에 나선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전체의 약 27%로 공개매수로 제시한 최소 지분율 20.35%를 확보하려면 유통 물량의 75% 가량을 사들여야 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한국앤컴퍼니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로서는 경영권 인수가 실패하더라도 잃을게 없는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주주들에게 환기시킬 수 있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지난달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일부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고 현재 추가로 자사주 전량 소각도 요구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1세대 행동주의 펀드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8월 사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KCGI는 지난 2018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지배구조 개선-기업 가치 제고 명분 내세우지만 결국 ‘돈’

업계에서는 내년 주총을 앞우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행보에 우려의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앞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 주주들이 솔깃해 할만한 이야기를 내세우지만 정작 수익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들의 속내는 결국 돈이라는 것이다.


KCGI도 지난 2018년부터 한진그룹과 3년여에 걸친 지분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지난해 3월 호반건설에 보유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3000억원대 수익을 챙겼다. MBK파트너스도 과거 회사의 인수와 재매각 과정에서 수익성에만 매몰돼 무리한 경영 개입, 회사 부실화 및 구조조정 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 후 재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카드의 경우에도 인수 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지나치게 높은 3조원의 가격으로 인해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MBK파트너스의 이번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시도도 투자자들이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매입하면서 커지는 주가 상승세로 인해 매매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도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매개로 높은 수익성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장 모습. 기사와 무관.ⓒ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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