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왜 군사합의 전면 파기가 바람직하다고 보나
입력 2023.12.01 03:00
수정 2023.11.30 23:45
신원식 "北, 합의서 유무 아니라
필요하고 승산 있을 때 도발"
군사합의 전면 파기 통해
군 역량 최대 발휘 필요성 강조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이후 감시초소(GP) 복원 등 '후속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방부는 "군사합의 전면 파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 안전 및 재산 보호를 위해선 군사합의 영향으로 여전히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 해상 포사격 훈련 등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군사합의가 군사 작전에 여러 가지 제한사항을 준다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설명 드려왔다"며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효력정지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유관 기관에 전달해 온 바 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가 바람직하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국방부 입장을 지속적으로 관련 기관에 전달해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사합의는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이로운 것"이라며 "남북 간 합의 중 최악의 합의가 군사합의라고 본다. 북한의, 북한에 의한, 북한을 위한 합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신 장관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계속 주장해 왔다"며 "정부 조율 과정을 거쳐 일부 효력정지로, 후퇴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특히 북한 도발은 "계획적"이라며 "합의서 유무가 아니라 그들이 필요할 때, 승산이 있을 때 도발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 전면 파기 시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며 '합의 백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압도적 억지력으로 대표되는 철저한 대비태세를 확립할 경우, 북한이 도발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셈이다.
실제로 군 당국은 군사합의 파기로 우리 군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경우, 한반도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신 장관은 정부의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와 관련해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효력정지로) 1조원의 이익이 있다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은 1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명수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동부 전선 GP 및 일반전초(GOP)를 찾아 "적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작전 태세를 상시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군사합의 파기 이후 GP에 시설물 및 병력을 다시 투입하고 있는 만큼, 관련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내외에 억지력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적은 치밀한 계획하에 기만 및 기습을 통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적의 어떠한 기습 도발도 용납하지 않도록 사소한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고 밝혔다.
특히 "적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GP는 적 도발 시 조건반사적인 대응과 현장 지휘관에 의한 '선(先)조치 후(後)보고'를 통해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도발을 계기로 비행금지구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며 감시정찰 역량 확보에 나선 만큼, 군사합의로 제약이 가해진 우리 군 감시정찰 역량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북한은 남측의 효력정지 조치에 맞서 사실상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권총 무장 근무 등 '후속조치'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이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의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통신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든 결과만이 차례질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마지막 '안전 고리'마저 제 손으로 뽑아버린 괴뢰패당의 망동에는 음흉한 기도가 깔려있다"며 "상전(미국)을 하내비(할아버지)처럼 믿고 극도의 과대망상에 빠져 제 죽을 줄 모르고 설쳐대는 미친개 무리의 단발마적 발악이 괴뢰 지역에 언제 어떤 화를 불러오겠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