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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한동훈 견제하다 설화 자초…'李 부모' 언급 인요한은 결국 사과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11.28 00:20
수정 2023.11.28 00:20

'괜히 역공 명분줬다' 당내서도 논란

"과한 표현 사과" 고개 숙인 인요한

이준석도 '전몰자 가족 상처' 설화

'숭고한 일이 왜 상처냐' 누리꾼 격앙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다가 '설화'에 휩싸였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대구에서 개최한 토크 콘서트에서 "어두워져 가는 대구의 미래를 보며 어느 전몰자 가족에게는 상처일 수밖에 없는 한국전쟁까지 되짚어 가지고 대구를 찬양하기에는 마음이 아려온다"고 했다.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는 한 장관의 발언을 정조준한 대목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잘못됐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영웅적 방어에 대한 대구의 자부심에 오히려 상처를 준 발언이었다는 점에서다.


실제 엠엘비파크 등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구가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것은 슬프거나 부질없는 게 아니라 숭고한 일"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호국 영웅의 가족들이 그것을 억울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겠느냐" "5·18이 민주화의 공로를 남겼다고 하면 그게 광주 사람에게 상처인가"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같은날 이준석 전 대표에게 사과했다. 도덕성 문제를 비판하며 부모를 언급한 데 대해 "너무 나갔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수용하고 빠르게 고개를 숙인 셈이다. 1호 혁신안으로 제안했던 '통합론'에 동요가 될 수 있었던 이번 사안은 인 위원장이 사과를 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인 위원장은 서산·태안 당원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는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지혜·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패드립이 혁신이냐"며 즉각 반발했었다.


당내에서도 인 위원장의 발언이 과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1호 혁신안'으로 통합을 외치며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이 전 대표 측에 "역공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동양적 예의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짚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부모님까지 꺼낸 건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모를 끌어들이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인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전 대표를 의식한 행동과 발언들이 역설적으로 몸값을 높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MBN 방송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오히려 여당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며 "우리 당 의원들에게도 너무 겁내서 오히려 몸값을 올려주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했다.


안 의원은 특히 "신당을 하려면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고, 돈도 많이 필요하고, 새로운 비전들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그 셋 다 없는 형편"이라며 "현실적으로 만들기는 힘들다고 보고 무소속으로 어느 지역에 나갈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찻잔 속 태풍"이라고도 했다.


실제 이 전 대표 측은 이번 일을 기화로 당내 원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신당 창당 가능성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했고, 허은아 의원은 "(창당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며 "만약 유턴하게 되더라도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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