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친구"라 부르며 밀착…'한중정상회담' 성사 가능할까
입력 2023.10.19 14:18
수정 2023.10.19 15:52
18일 회담 가지고 '이·팔 전쟁' 등 국제 현안 협의
해수부 장관도 방중…한중 관계 개선 의지 나타내
가까워진 중러에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불투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시간여의 양자 회담을 가지고 결속을 과시했다. 이번 '일대일로' 포럼을 계기로 양국의 밀착이 더욱 강화되면서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한중 관계 회복에 난항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 개막식 직후 회담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3월 모스크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두 사람은 3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오랜 친구" "친애하는 친구"로 부르며 우애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의했다"며 "이러한 모든 외부 요인은 공통적인 위협이며, 양국 협력을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가자지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는 "비극이자 인도주의적 재앙이다. 이 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거나, 적어도 양측이 대화해야 한다는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는 항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설립을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공급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연장하기만 하는 미국의 또 다른 실수"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면서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견지하고,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시 주석은 "러시아에서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가 가동돼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하며 "푸틴 대통령이 3연속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한 것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반영한다"고 화답했다.
해수부 장관, '일대일로' 포럼 참석…'한중 관계' 개선 의지 담겨
양국이 우애를 과시하던 이번 '일대일로' 행사에 우리 측 인사로는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포럼의 분과 행사에 참석했다.
조 장관은 같은날 베이징 차오양구 국가회의센터에서 일대일로 정상 포럼 중 해양 협력 부문 분과포럼에 참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 해양당국으로부터) 포럼 초청을 받아 검토하던 중, 외교부에서 '가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오게 됐다"며 "정부 대표단 등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다.
한국은 정부 차원의 공식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그럼에도 장관급을 파견한 것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이끌어내 중국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20여 개국에서 국가원수 또는 정부수반이 참석한 이번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서 현실적으로 행정부 각료로는 시 주석 등 최고위급에 접근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12월 중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3국 외교 실무·고위급 협의에도 구체적인 정상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내달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여부도 미정인 데다 시 주석이 참석한다 해도 한중 정상의 양자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는데, 외교부 차원의 실무 교감 없이 단순히 정상 간의 회담만 성사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그런 영향은 없다"며 "이것은 여러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이미 공감대가 이루어진 사안이라 이미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개최도 추진 중에 있고 그 일정도 조율 중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