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기능성 모두 갖춘 용의 여의주 ‘레드 용과’ [新농사직썰-월령가⑭]
입력 2023.10.12 06:00
수정 2023.10.12 06:28
제주도 ‘킬러 특산품’으로 주목
망고・멜론보다 높은 당도로 소비자 공략
제주농업기술원 재배기술 등 연구 성과 주목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요즘 뷔페 과일코너에 가면 까만 씨가 촘촘히 박힌 하얀색 과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양과 식감은 키위 같다. 맛은 그렇게 달지도, 또 시지도 않다. 그럼에도 자꾸 끌리는 맛이다. 이 과일은 ‘용의 여의주’를 닮았다고 해 용과라고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용과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레드 용과 재배가 한창이다. 하얀색 용과보다 당도를 높인 레드 용과는 한 입 배어물면 건강이 내 몸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주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가 바로 ‘용과’다. 특히 적색종 용과(레드 용과)는 기존 백색종 용과(화이트 용과)보다 당도가 높고 섬유질 함량이 많아 새로운 농가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용과는 긴 가지에 달려 있는 모양이 마치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과(드레곤후르츠)’라고 불린다. 용과의 태생은 맥시코다. 선인장과 달빛선인장속에 해당하는 열매다.
껍질은 화이트와 레드 모두 빨간색에 가까운 자주색 빛은 띈다. 1~2mm 정도 되는 껍질 속은 새하얀 과육에 검은색 씨가 잔뜩 박혀 있어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킨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이같은 레드 용과 육성을 위해 관수조건 및 저장・출하기술 등 꾸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배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린아 제주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그동안 용과가 효능에 비해 심심한 맛과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 눈길을 끌지 못했다. 레드 용과는 이런 소비자 인식을 뒤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며 “제주도에서 레드 용과 재배 농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제주농업기술원이 연구한 레드 용과 재배 기술이 농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맛이 없다고? 망고・멜론 당도보다 높은 ‘레드 용과’
용과는 지난 1999년에 제주도에 도입됐다. 꽤 오랜 시간 제주도에서 재배된 열대과일 중 하나다. 현재 16농가 4.9ha에서 재배 중이다. 화이트 용과와 달리 레드 용과는 국내에서 역사가 짧다. 2020년에 농가에 보급됐으니 이제 만 3년 정도다.
레드 용과를 재배하는 곳은 제주도에 10농가 3.0ha(함덕농협, 2019 정예소득단지사업) 수준이다. 도입 3년차에 10농가에서 재배할 정도라면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제주농업기술원과 농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단연 맛이다. 용과 자체의 효능은 이미 국내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그럼에도 밋밋한 맛이 발목을 붙잡았다. 단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망고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처럼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특징이 없었다.
레드 용과는 이런 제주 용과 시장에 단비를 가져왔다. 레드 용과는 과육에 베타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다. 색이 붉으며 당도는 12˚Bx(브릭스) 내외다. 12˚Bx 정도면 망고와 멜론(11˚Bx) 평균 당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농가에서 고민하던 당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레드 용과는 화이트 용과와 재배 기술이 미묘한 차이가 있어 농가에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제주농업기술원이 올해까지 ▲과실비대성숙기 관수조건이 과실품질에 미치는 영향 ▲저장온도에 따른 품질변화 및 출하 관리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현재까지 농업기술원 연구 결과 레드 용과의 적정 인공수분 시간 및 결과지 당 적정 착과수는 확립됐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당도가 낮아 소비자들이 먹기에는 맛이 없게 느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당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를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농업기술원은 이번 연구가 마무리되면 관수량 설정을 통해 감미효과가 높은 고품질 용과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수확 후 관리기술 개발로 비상품과율이 감소해 농가소득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농업기술원+농업인+함덕농협’이 함께하는 협업체계를 구축, 새 소득작목으로의 정착을 위해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생육시기별 현장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이 연구사는 “레드 용과 재배기술 정립으로 고품질 생산기술을 지원하겠다”며 “레드 용과가 기후변화에 경쟁력 있는 신소득 작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변비에 탁월한 섬유질 대량 함유…온난화 대체 작물로 주목
용과는 변비에 좋은 과일로 유명하다. 섬유질이 풍부해 용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과일이다. 단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찾아서 먹는 과일이 용과다.
식감은 연하고 물기가 많다. 섬유질 결이 살아있지만 끈적함이 없는 마 내지는 약간 더 단단한 키위 수준이다. 검은 씨는 키위 씨처럼 연해서 질감상 과육과 별 차이는 없다. 오히려 씹었을 때 약한 고소한 맛이 난다.
이런 부드러운 식감과 강렬함 없이 담백한 맛이 중독성 있다는 평도 있다. 특히 차갑게 하면 약간 탱글탱글 해지고 더 새콤달콤해지는데, 실제로 용과를 그대로 얼려 아이스크림처럼 먹기도 한다. 자주 먹는 지역들에서는 꼭 냉장고에 반쯤 얼려서 소르베처럼 먹는다.
속이 빨간 적육종(레드)은 약간 더 달다. 잘 익은 레드 용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따로 설탕을 넣지 않고도 충분히 달다. 또 레드 용과를 먹을 경우 과즙이 형광빛이 나는 보라색이니 먹을 때 옷이나 물건 등에 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제주농업기술원에서는 레드 용과가 단맛이 나는 과당과 설탕이 적고, 포도당이 많아 입에서 느끼는 감미효과 적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이 오래가고 칼로리가 적으며, 소화기능 촉진으로 변비 개선, 피부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켜 항노화 및 주름 개선 효과를 강조했다.
레드 용과는 차갑게 해서 먹는 방법 이외에도 여러 조각으로 잘라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 먹거나 우유, 요구르트, 꿀 등을 섞어 믹서기에 갈아 먹어도 좋다.
다만 레드 용과는 붉은 색소를 포함한 과일에 많은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등 항산화 물질이 많다. 이에 따라 섭취 후 붉은색 소변과 대변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편 제주농업기술원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50명을 대상으로 레드 용과 소비자 패널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레드 용과의 맛이 총점 126점으로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가격(57점), 외관(38점) 순으로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사는 “소비자들에게 낯선 과일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식・할인행사 등 다양한 홍보가 필요하다. 여기에 맛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재배적인 측면의 기술개발・적용도 이뤄져야 한다”며 “용과와 관련한 레시피, 기능성, 주의사항 등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 착색 우려도 향후 커팅과일, 쥬스 등 가공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9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⑮]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