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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기후동행카드에는 '동행'이 없다 [기자수첩-사회]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09.25 07:08
수정 2023.09.25 08:33

오세훈 시장의 오랜 정치적 자산 '기후환경 정책'…기후동행카드 정책 첫선

서울 출퇴근 수도권 시민과는 동행하지 않는 반쪽짜리 요금제

월 6만5000원, 자가용 이용자 대중교통 갈아탈 유인 효과도 없어

"인천·경기 의지 문제"라며 뒷짐 질 때 아닌 통합교통망 마련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기후환경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랜 정치적 자산이다. 오 시장은 국내 환경운동 대부로 알려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과 환경운동연합 창립멤버로 환경운동에 참여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도 환경위원으로 활동했다.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쳤고, 33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때 환경시장을 강조해왔다. 오 시장은 2010년 따릉이의 시초격인 공공자전거 약 400대 도입을 결정해 서울 내 자전거 문화를 꽃피우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최근 오 시장은 한 달에 6만5000원으로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따릉이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내놨다. 이 이름 안에는 오 시장의 환경정책 구상이 담겼다. 승용차 이용을 줄여 대중교통으로 전환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킨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 중 하나다. 오 시장은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이 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고 그만큼 온실가스도 덜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에 동행이 없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서울시민이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던 오 시장이 수도권 시민들과는 동행하지 않는 반쪽짜리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와 교통망을 공유하는 경기도와 인천시는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도 서울시와 기후 카드와 관련해 합의를 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 시민과 동행없이 탄소 배출 감소라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기후교통카드를 한 달에 40회 넘게 써야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데, 6만5000원을 한달 대중교통 요금으로 쓰는 서울 시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가용 이용자가 대중교통으로 갈아타야 할 유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기후동행카드가 필요한 사람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141만명의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다. 이들은 정책 협의가 안 된 탓에 인천·경기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기후동행카드의 혜택을 볼 수 없다.


기후동행카드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인접 지역과의 동행이 필요하다. 오 시장이 "인천시와 경기도의 의지와 능력의 문제"라며 뒷짐지고 팔짱만 끼고 인근 지역의 동참을 호소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교통 문제가 기후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서울시 예산으로 서울 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을 내용으로 하는 시범사업에서 그치기보다 수도권 교통망을 고려해 통합형 교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후동행카드가 오 시장의 또 하나의 기후환경 정책의 정치적 자산이 되길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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