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생존 위해 자존심 접나…북한 외교, 50년만에 '변화' 기로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09.06 06:00 수정 2023.09.06 06:51

자주성 강조하며

'블록 불가담' 원칙 견지

中·러와 연합훈련 진행시

진영 편승으로 원칙 '파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블럭(진영) 불가담 운동'으로 요약되는 북한 외교전략의 변화 가능성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미국·소련의 냉전 시기부터 진영 가담을 거부하고 자주성을 강조해 온 북한이 기존 '비동맹 외교' 노선을 접고 진영에 적극 편승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한 보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북러 밀착은 북한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7월27일)'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 고갈에 허덕이는 러시아와 국제적 고립을 면하고 싶은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한 포탄 등을 지원받길 원하고, 김 위원장은 인공위성·핵추진잠수함 등의 첨단 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 전승절 계기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나 북중러 연합훈련을 제의한 바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이날 북러 연합훈련 가능성과 관련해 "왜 안 되겠는가"라며 "우리는 이웃"이라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美대사 "中, 자국의 이해관계 있어"


다만 러시아가 운을 띄운 북중러 연합훈련이 실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북한군의 운신 폭 확대가 한미일의 '추가 대응'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중국이 적극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한 강연에서 "중국은 (여러 국가와) 무역관계를 맺고 있고, 한미일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말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국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북러 관계는 중국과의 삼각관계가 아닌 (별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북한과 러시아는 고립된 국가"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러와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사실상 동일한 체계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 중인 중러가 북한 지역에 미사일 탐지 레이더 등을 설치하고, 북한이 중러 연합훈련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정부 "北,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 진행한 적 없어"


구체적 향배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북중러 연합훈련 가능성은 자주성에 무게를 둬온 북한 외교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을 진행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이 '공통의 적(敵)'을 상정하는 동맹 수준의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비동맹외교를 강조해 온 북한 외교노선의 변화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주도 역내 협력체인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을 '새로운 군사동맹 책동' '불공정한 편가르기'로 비난하며 '블럭 불가담' 원칙을 고수해 온 북한이 기존 입장을 비틀어 진영에 적극 편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주요 당국자들은 현 국제정세를 '신(新)냉전'으로 규정하며 중러와의 접촉면 확대를 통한 진영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해 왔다.


다만 속내가 복잡한 중국보다는 무기 지원이 시급한 러시아를 집중 공략하며 '전략·전술적 협동' 가능성을 모색한 끝에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북한러시아대사관
정부 "과감한 외교행보 예견됐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6월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예민하고 기민한 대응'을 예고한 대로 외교적 운신 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선 전원회의에서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절박성이 언급됐다'며 "해당 표현을 외교행보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추측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21년 6월 전원회의 당시 '예민하고 기민한 대응'을 언급한 이후 모라토리엄 파기 등의 "의미 있는 외교행보를 가져간 경험"이 있는 만큼, "지난 7월 열병식 당시 북러 밀착 이전부터 외교적인 과감한 행보가 예견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