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웠다고 '음주상태 남친' 운전하게 한 여성…법적 책임은? [디케의 눈물 114]
입력 2023.08.29 05:09
수정 2023.08.29 05:09
법조계 "여성, 운전 거부해 통행 불가능 인식했다면…일반교통방해죄 처벌, 10년 이하 징역"
"여성, 운전 빌미로 협박했다면 협박죄 혹은 강요죄 해당… 금전요구 결부됐다면 공갈죄도 성립"
"결과(교통방행, 사고) 발생 전에 피고인이 차량 이동했기에…일반교통방해죄 인정 어려울 수도"
"피고인이 운전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교통장애 발생했다면…여성에게 일방교통방해죄 성립"
음주운전자가 차량 통행을 막지 않기 위해 짧게 운전을 한 것이라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피고인은 여자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했지만, 말다툼을 해 화가 난 여자친구는 운전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다급한 상황에서 돌연 운전을 거부하는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과정에서 협박이나 금전요구가 있었다면 협박죄 혹은 강요죄 등 혐의도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죄)에 따르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9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심현욱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유지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1년 8월 밤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20%의 만취 상태로 약 10m 정도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A 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여자친구 B 씨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운전 중 다투게 됐고, B 씨는 울산의 한 도로에 차를 세웠다. 해당 지점은 차량 1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도로였기 때문에 A 씨 차량 정차로 뒤 차량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뒤 차량이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리자 A 씨는 여자친구에게 일단 차량을 이동 조치할 것을 부탁했으나, B 씨는 끝내 운전을 거절했다. 이에 A 씨는 10m 거리를 운전해 차를 큰길로 빼낸 후 도로변에 주차했다.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A 씨는 측정기를 내리치고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유먼 김한수 변호사는 "피고인의 여자친구의 행위(운전 거부)는 형법 제185조에 따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사건 당시 도로 상황 등에 비춰 봤을 때 자신이 운전을 거부할 경우 교통이 방해돼 통행이 불가능 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피고인 같은 상황에 처해진다면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경찰에 신고해 처리(운전)를 부탁하는 것"이라며 "그 밖에도 뒤차 운전자에게 요청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만약 여자친구가 운전 중에 피고인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여기서 차를 세워버릴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이는 협박죄 내지 강요죄에 해당한다. 아울러 금전요구와 결부됐다면 공갈죄 등도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또한 "법원이 긴급 피난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더 큰 법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라고 인정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을 보면 피고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누구든 '일단 차부터 빼주자'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일반교통방해죄는 결과(교통방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성립된다.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피고인이 차량을 이동했기 때문에 유죄로 이어지기엔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이 운전을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교통장애가 발생했다면 피고인의 여자친구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