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무관 역사 끝, 안세영 시대 활짝 ‘천적도 없다’
입력 2023.08.28 00:23
수정 2023.08.28 07:34
46년 만에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여자 단식 최초 우승
타이쯔잉-야마구치 연파한 베테랑 마린에 낙승
선수 생활 내내 천적으로 꼽혔던 천웨페이도 완파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사상 처음 세계선수권 단식을 제패했다.
안세영은 27일(한국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로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3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6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40여분 만에 2-0(21-12 21-10) 완파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단식의 46년 무관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에 만족했던 안세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섰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방수현(은퇴)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및 세계선수권 3회 우승에 빛나는 마린은 타이쯔잉(대만·세계 4위), 야마구치(일본·세계 2위)를 꺾고 결승까지 올라왔지만, 안세영의 적수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올해만 안세영에게 벌써 5번 졌다.
이미 안세영은 4강에서 천위페이(중국)를 2-0 완파하며 대회 우승을 예약했고, 다음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도 높였다.
무시무시한 상승세다. 2019년 프랑스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7세)을 차지한 안세영은 올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등 올해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12개 대회 결승에 올랐던 안세영의 8번째 우승이다. 지난 3월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 전영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올림픽 다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이제는 천적도 없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앞서 안세영은 취재진 앞에서 “못 이겨본 선수가 없다. 이제는 세계랭킹 1위답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경기를 치르고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안세영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천적’이었던 천위페이에 져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눈물을 삼켰다. 2022 도쿄올림픽 때는 8강에서 천위페이에 석패했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천위페이를 위협하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더 이상 천적은 없다. 지난해까지 1승8패로 절대 열세였지만, 올해는 세계선수권 승리 포함 5승2패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답게 강자들을 연파하고 정상에 오르며 약속을 지킨 안세영은 ‘안세영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한편, 혼합복식 ‘세계 5위’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 조가 ‘세계 1위’ 중국 조를 밀어내고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이날 혼합 복식 결승에서 ‘세계 최강’ 정쓰웨이(26)-황야충(29·이상 중국) 조를 대접전 끝에 게임스코어 2-1(21-17 10-21 21-18)로 물리쳤다.
준결승에서 세계 2위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를 제압한 데 이어 통산 승률 90% 이상을 자랑하는 정쓰웨이-황야충까지 연파하는 괴력을 뿜은 서승재-채유정 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