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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의 사과 여론 돌렸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08.26 07:07 수정 2023.08.26 07:07

얼마 전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던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 후 엄청난 비난에 휩싸이더니 급기야 사과까지 한 사건이다.


문제의 방송은 19일에 방송된 '빌보드와 걸그룹 - 누가 날개를 꺾었나'편이었다. 여기서 피프티피프티 분쟁을 다뤘는데 멤버들만 두둔했다는 편향성 지적이 나왔다.


공개된 입장을 보면,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며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업계의 질서가 잡혀야 하고 억울한 사람이 안 생겨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도중에도 사업에 실패해 빌딩 청소일을 하고 있는 전직 제작자가 등장했다. 그는 억울하게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일을 막아야 지속가능한 K팝이 될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번 피프티피프티 논란의 진실을 정확히 가려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실을 정확히 가리지 않고 한쪽만 두둔해 논란을 더 키우는 한편 억울한 쪽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데도 지속가능한 K팝을 고민했다는 제작진의 말이 공감을 살 수 있을까?


‘의도와는 달리’ 업계와 팬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사과한다고 했는데, 멤버들을 두둔한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과연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많은 제작진이 공들여 만드는 프로그램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한쪽 편만 든 것처럼 느껴지는 건 석연치 않다.


차라리 ‘멤버들이 억울한 것으로 판단됐다. 소속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멤버들을 두둔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더 솔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번 사과도 보면 업계 사람들, 팬들에게만 사과했다. 프로그램이 멤버들 편을 들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소속사일 텐데 그 소속사엔 사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확실히 프로그램은 소속사에 문제가 있고 멤버들은 피해자라고 판단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방송 중에 소속사가 30억 원 이상의 빚을 멤버들에게 부당하게 지게 했는데 그 돈이 소속사로 들어온 것 같지 않다는 내용이 나왔다. 회계 구조가 복잡해서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왔고, 멤버들 인권 억압이 극심했으며, 소속사 대표가 월말평가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방송이 일방적으로 이뤄져서 사실 여부를 가늠할 수가 없다. 방송 직후 바로, 소속사 대표가 월말평가에 참여했었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렇게 간단한 사안의 사실 확인도 안 했단 말인가? 그밖에 내용들도 다각도의 확인을 통해서 검증된 내용이라기보다는 출연자들의 인터뷰, 즉 일방적 주장에 의한 것들이 있었다. 인터뷰만 이어 붙일 거면 취재는 왜 했단 말인가?


게다가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엔 익명의 제보자, 팬, 외신 기자 등 진실을 아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이들도 등장했다. 특히 외신 기자는 “CEO는 언제나 자금을 마련해 창립할 수 있는데 멤버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식의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 CEO도 망할 수 있다는 걸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 내용 중에 청소하는 전 제작자를 통해 보여줬으면서 왜 외국인의 이런 황당한 얘기를 내보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니 멤버들을 두둔하는 데만 급급한 것으로 비쳐진 것이다. 소속사와 투자자를 도박판의 탐욕스럽고 어두운 존재처럼 그리면서 멤버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소외된 존재로만 그린 것도 그런 편들기로 비쳤다.


한쪽 편을 들 순 있다. 잘못한 쪽을 질책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은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객관적 취재를 통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 부분이 약했기 때문에 사과를 해도 여론이 부정적인 것이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용은 매우 전형적이고 도식적이었다. 과거 소속사와 아이돌의 분쟁에선 으레 소속사의 탐욕과 불투명성 문제가 부각됐었다. 하지만 이젠 무조건 아이돌 편만 들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아이돌의 배신 때문에 멀쩡한 중소기업이 망하고 K팝의 미래가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근거제시도 없이 무조건 과거와 같은 도식이 제시된 것에 공감할 시청자는 별로 없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버닝썬 사태 당시에도 별다른 근거 없이 버닝썬 사태의 핵심이 승리 등 연예인들이라는 식으로 방송해 의심을 샀었다. 당시 버닝썬 사태는 누가 마약을 공급했고 성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규명 없이 묻지마 승리 마녀사냥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 피프티피프티 관련 내용으로 다시 의심을 받고 있다.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객관적이고 정확한 취재로 진실을 밝혀야 시청자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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