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리위 '홍준표 당원권 정지 10개월' 의결…총선 영향력 원천 차단
입력 2023.07.27 00:00
수정 2023.07.27 06:38
윤리위 "당 이미지 훼손한 해당행위 징계"
내년 총선까지 당원으로서 정치활동 제한
일각, 중징계 이유 '김기현과 대립' 꼽기도
홍준표 절치부심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른바 '수해 골프'는 당 윤리규칙 위반이며 그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다는 판단에서다. 당원권 정지 기간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내년 총선까지로, 당원으로서 홍 시장의 총선 관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26일 전체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행위 시기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이후 사정 등에 비춰보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위 규정 및 규칙을 엄중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위원장은 특히 "홍 시장은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의 중요한 정치 지도자로서 더 엄격한 윤리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차기 대선에서도 당내 유력 후보로서 국민은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소속된 정당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평가를 함께 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전국적인 폭우가 발생했던 지난 15일 오전 골프를 쳤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주말에 테니스는 괜찮고 골프는 안되는 것이냐"며 "쓸데없는 트집"이라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당 안팎의 비난과 함께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무엇보다 당 지도부 주변에서 '제명'까지 거론되며 위기에 몰렸다.
실제 김병민 최고위원은 "수해 상황 골프도 논란이지만 사후 대응과 해명들이 국민 눈높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말했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와중에 골프 등으로 인한 물의를 빚었을 때 엄중 대응한 전례가 있다"고 홍문종 전 의원 '제명' 사례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리위를 향한 당 지도부의 분명한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론 악화를 감지한 홍 시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홍 시장과 한때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의장이 "이렇게까지 고개 숙인 홍준표는 처음 본다"고 놀랄 정도의 낮은 자세였다.
그럼에도 중징계는 피하지 못했다. 황 위원장은 "지도자급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위나 언행을 하고 급기야 민심에 맞서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해당행위"라며 "(사과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중징계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 당원권 정지 기간이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까지라는 점 등에서다.
홍 시장은 김 대표 취임 초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등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가 터졌을 당시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중징계를 촉구했었고, 김 대표의 리더십을 직접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TK 물갈이'를 공개적으로 설파하며 권역의 현역 의원들과 기싸움도 없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홍 시장이 예측한 'TK 물갈이'가 현실화되더라도, 새로운 인물의 대두에 홍 시장이 관여할 여지는 정확히 내년 총선까지인 이번 당원권 정지 징계를 통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경선이 실시되는 지역구의 경우에는 TK에서의 인기와 조직력을 갖춘 홍 시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당원권 정지 징계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는 관측이다.
한편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 직후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며 다음 대선에서의 권토중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