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김동연 "장관직이 노름판 판돈이냐"비판
입력 2023.07.12 11:45
수정 2023.07.12 11:45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즉각 철회… 가장 빠르고 원칙 있게 추진 요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2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백지화와 관련해 "장관직이 노름판 판돈이냐, 임명직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사업의) 백지화는 공직 35년째인데 본적이 없었다"며 "대통령에 해임건의안을 낼 정도의 일"이라고 격분했다.
김 지사는 이날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고 가장 빠르고 원칙 있게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기존 노선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거나 주민들로부터 강력한 교체가 있었던 바가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을 기존안 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당초 사업목적은 두물머리 일대를 포함한 6번 국도의 교통체증 해소"라며 "평일 출퇴근과 주말 관광수요에 따른 심각한 도로 정체로 양평군민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동부 지역의 교통환경 개선에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각종 규제로 인프라가 부족한 광주시와 양평군, 신도시가 개발될 하남시 등 지역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오는 2028년까지 3만3000호가 건설될 예정인 하남 ‘교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도 중요한 노선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오랫동안 일관되게 추진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처음 제안된 것은 2008년으로 벌써 15년 전"이라며 "이후 경기도는 물론 여ˑ야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그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어 온 사업이지만, 최근 노선변경과 백지화 과정에서 문제점과 우려할 만한 부분이 발견된다"며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가 된 것부터, 변경안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 그리고 변경안을 추진할 경우 예상되는 사업 차질 가능성 등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조7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순 없다"며 "저의 경험으로 볼 때 해당 장관의 말 한마디에 이 정도 사업이 뒤집히는 것은‘국정의 난맥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의혹 제기를 빌미로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갑자기 노선 변경안이 등장하는 과정에 많은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1차협의’에서의 의문점을 들었다.
김 지사는 "2022년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타당성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시작했다. 양평군과 하남시, 심지어 서울시까지 9개의 지자체와 기관을 포함하면서 경기도만 쏙 빠진 이례적인 협의였다"고 했다.
이어 "이때 양평군은‘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 시ˑ종점을 유지하면서 나들목(IC)을 추가하는 안을 제1안으로 요구했다"며 "당시 양평군의 의견을 그대로 옮기자면 ‘경제성, 타당성, 지역주민의 편의성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노선도 2안으로 제시했지만, 양평군은 ‘경제성 재분석, 사업비 증액 예상’이라는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올해 1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2차협의’에서의 의문점도 지적했다.
그는 "2023년 1월 2차 협의를 하면서 이번에는 경기도를 포함시켜 12개의 지자체와 기관에 변경된 노선으로 공문을 보냈다. 이상하게도 협의공문의 앞 장에 있는 ‘사업개요’와 뒷 장에 있는 ‘위치도’의 내용이 서로 달랐다"고 했다.
이어 "사업개요 상 ‘구간’은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으로, ‘규모’는 ‘27.0km’로, ‘주요시설’은 ‘상사창, 상산곡, 남종 등 나들목 3개소’로 명기돼있다"며 "하지만 첨부된 위치도 상에는 ‘구간’이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강상면’, ‘규모’는 ‘29km’, ‘주요시설’은 ‘강하’가 추가된 ‘나들목 4개’로 표시돼있다"고 설명했다.
또 "불과 6개월 만에 전체 노선 27km 중 55%가 바뀐 이유는 무엇입니까.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을 변경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변경안대로 진행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후 사업내용이 크게 바뀔 경우에는 ‘타당성재조사’의 가능성이 높다"며 "시ˑ종점이 바뀌고 원안 대비 약 55%가 대폭 변경되었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기존안과 비교하면 ‘신규노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기존안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감사원이나 국회가 요구할 경우에는 ‘타당성재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김 지사는 "이미 오랫동안 법적 절차를 밟아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장관 한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국민의 숙원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의 중대한 위기"라며 "기존 노선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거나, 주민들로부터 강력한 교체가 있었던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