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때와 달랐다' 민주당, 오염수 '장기투쟁' 전환…출구전략 고심?
입력 2023.07.11 14:24
수정 2023.07.11 16:33
장외·단식 투쟁에도 불구 여론 냉담
사드·광우병 전례 양치기 소년 효과
석학·운동권 앞세운 與 대응도 영향
명분·실리 다 잃은 선동이란 평가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국내 정치 대립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강경 투쟁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장기 현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원식·김한정 의원은 단식을 중단했고 예고됐던 장외집회를 연기하는 동시에 탄력적 운용을 검토하는 중이다.
민주당의 변침 배경으로는 냉소적인 여론 반응이 꼽힌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일 부산 자갈치 시장 장외투쟁을 시작으로 인천과 강원을 돌며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에 따르면, 5월 30일~6월 1일 여론조사에서 32%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7월 4~6일 조사에서도 32%로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괴담'에 따른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누적되며 반감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파동' 당시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확연하다. 광우병 집회를 통해 집권초 대통령 지지율을 10%대까지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으며, 전국적인 반대 투쟁으로 이어지며 야권 결집의 초석이 됐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후쿠시마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변화가 없었고, 민주당 인사들의 단식 투쟁은 대다수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론이 냉소적인 데에는 '괴담 선동'에 대한 국민의 학습효과가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마치 전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요란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경험적으로 밝혀진 게 대표적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전자파 논란도 마찬가지다. 당시 민주당 인사들은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에 더해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식의 자극적 언어를 동원해 여론몰이에 나섰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환경영양평가결과 사드 전자파가 휴대전화 기지국 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는 게 확인된 바 있다.
국민의힘의 대응도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는 40년간 방사능과 원자력을 연구해 온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 대학 명예교수를 초빙해 야당에서 주장하는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돌팔이 과학자"라며 매도할 뿐, 논리적 대응은 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입을 통해 현 민주당의 목적이 오로지 '정권 흔들기'에 있음을 낱낱이 밝힌 것도 여론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광우병 선동의 주역 중 하나였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광우병의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고, 이명박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논의했었다"고 고백한 뒤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선동에 써먹었으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후쿠시마 투쟁의 본질을 짚었다.
1985년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주해방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함운경 씨는 "반일민족주의를 처음 퍼뜨린 사람이 바로 우리였다"면서 "아무리 과학을 얘기해도 반일감정과 싸우긴 정말 힘들다. 그걸 건드려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라고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