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논란' 휩싸인 혁신위…비명계 반발 더 커진다
입력 2023.06.21 15:56
수정 2023.06.21 16:14
이원욱 "혁신위, 이재명 체제 1년 평가 있어야"
송갑석 "성역·제한없이 전면적으로 들여봐야"
혁신위원, '친명' 평가…추가 인선 기대도 제로
"혁신위 향한 기대감 없었는데 맥까지 풀린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들이 친명계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재명 체제 평가'를 요구하는 비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인선으로는 현 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2차 인선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출발부터 삐걱대는 혁신위를 향한 기대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원욱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혁신위에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려 "곧 다가올 이재명 대표 체제 1년 평가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에게 지난 1년의 기간이 너무 소중한 시기였기 때문"이라며 "이 평가를 토대로 혁신 과제가 도출될 수 있다. 평가가 정확해야 혁신 과제도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혁신하려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혁신이기 때문"이라며 "잘못을 알았다면 반성과 사과도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이자 한 의원으로서 제안한다. 대선과 지선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라며 "민주당은 전국선거를 두 번이나 패했음에도 아직도 제대로 평가를 못했다. 실망하는 마음이 깊어져 분노와 체념의 늪으로 가라앉기 전에 민주당은 가죽을 벗고 뼈를 깎는 혁신과 쇄신을 해야 한다. 희망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상대적인 도덕적 우위와 가치를 바탕으로 명분을 가지고 해온 정치였다"며 "그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역 없이, 어떤 문제에 대한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당을 한 번 들여다볼 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 마지막 시점이 온 것 같고, 그런 점에 대해서는 (혁신위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슷한 취지의 문제를 지적했다.
비명계의 지적은 김은경 위원장의 혁신위 운영 방안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혁신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첫 번째 의제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다루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명계는 돈봉투·김남국 문제는 물론이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가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친명계 일색으로 인선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혁신위원에 대한 불만도 비명계의 지적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전날 발표된 혁신위원 7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 기구에서 역할을 맡거나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전원이 친명 성향 활동 전력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면서 혁신기구에 의문을 품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전날 혁신위원으로 인선된 윤형중 LAB2050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의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을 역임했다. 역시 위원으로 임명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2월 이 대표 지지 선언을 한 재야 지식인 1만명에 이름을 올렸으며, 차지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이 대표의 대리인으로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한 바 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강성 팬덤에 대해 "팬덤(개딸)은 죄가 없다. 당 지지자를 전부 다 자르면 뭘 갖고 정치할 건가"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원내 인사로 포함된 이해식 의원은 대표적인 이해찬계이자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며, 대선 때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배우자실장을 맡았다. 원외 인사로 몫으로 참여한 이선호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부터 기본소득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모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김 위원장은 전날 혁신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 중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거나(윤형중)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한 인물(차지호)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당 관계자가 아닐 뿐 아니라 팬데믹 중이던 대선 과정에서 위기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로 참여했기에 계파가 없다"며 "내가 직접 위원 면접을 실제로 했고 이를 통해 스크린한 뒤 확인하고 모셨다"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인선 논란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추가 인선에서 현역 의원 배제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는 만큼, 비명계가 요구하는 계파 안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비대위도 아니고 혁신위가 당을 혁신한 사례가 오히려 찾기 어려운 만큼 큰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런 얘기(인선)까지 나오니 솔직히 맥이 풀린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봐야 하겠지만 지금 당이 처한 위기를 풀어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