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혁신위, 공식 출범…'이재명 아바타 벗어라' 첫 특명
입력 2023.06.20 14:25
수정 2023.06.20 14:33
김은경 위원장 "'분열·혐오' 조장 시도에
관용 베풀지 않을 것…나는 빚 없는 사람"
당 윤리 수준 회복, 혁신 1순위 과제 꼽아
'이재명 평가' 객관성 담보 여부는 미지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기구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된 김은경 위원장이 20일 첫 회의를 열어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대해 일체의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당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되던 당내 계파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김 위원장은 "나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아바타'라는 비판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아직 혁신위의 활동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이 같은 오명을 벗기 위해 현 지도부를 향한 강력한 수준의 쇄신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은경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혁신기구(가칭) 1차 회의를 개최해 "(민주당은) 변화와 반성은 없고 기득권과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세우려면 민주당부터 개혁해야한다는 절박한 심장에서 고난의 길인 민주당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 새로운 모습을 우리 국민들께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이 혁신기구에서 논의되고 성안되는 안들을 전폭 수용하고 민주당이 국민 속에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국회의원 코인투자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혁신위는 윤리회복을 실현하는 구체적 계획을 제안해 민주당이 신뢰의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현재 당이 처한 윤리적 위기를 최우선 혁신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인 내년 총선 공천 역시 혁신 대상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국민에게 정치혐오를 일으킨다"며 "민주당은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혁신위는 윤리회복을 넘어 정치회복까지 제안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당을 분열 위기로까지 몰아넣은 상황을 혁신하기 위해 포용·확장성과 단일대오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국민들이 고통받기 전에 앞서 해결할 수 있도록 효용감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겠다"며 "반대편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까지 감싸안는 포용과 확장의 정당, 당원을 존중하고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계파에 치우치지 않았단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 계파의 이익, 일부 강성당원의 요구,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현역의원들의 이해에 한 치의 관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임된 혁신위원들도 최대한 계파색을 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연구원 교수 등 당외 인사 5명과 이해식 의원, 이선호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등 당내 인사 2명을 혁신위원으로 임명했다.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 중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거나(윤형중)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한 인물(차지호)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당 관계자가 아닐 뿐 아니라 팬데믹 중이던 대선 과정에서 위기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로 참여했기에 계파가 없다"며 "내가 직접 위원 면접을 실제로 했고 이를 통해 스크린한 뒤 확인하고 모셨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선 아직 혁신위가 '이재명 체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뚜렷하지 않은 혁신 대상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친명계는 '현역 의원'을 혁신 대상으로 지목한 반면 비명계는 '팬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이 혁신의 주체인 동시에 대상이다. 특정 정치 그룹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거나 할 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혁신위가 윤리적인 부분을 먼저 언급하는 등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은 드러났지만, 진짜 당을 위해 메스를 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어떤 안이 나오고 당 지도부가 그 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봐야 오해들을 모두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