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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스폰서 자녀 '이재명 대선캠프' 근무?…'이심송심' 논란 일파만파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4.20 12:15 수정 2023.04.20 12:29

전당대회 스폰서 관련 내용 녹취에 등장

與 "이심송심 쩐당대회" "매관매직" 공세

비명 "당 간판 내릴 상황"…엄정 대응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022년 5월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20일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때 돈봉투 자금을 댄 스폰서가 있었고, 이 스폰서의 자녀가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심송심(李心宋心·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 논란이 재점화된 양상이다.


JTBC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를 20여일 앞둔 4월 10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의 통화에서 '스폰서'로 사업가 김모 씨가 등장한다.


통화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은 "(돈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요구를 (해), 저기한테? OO이한테?"라고 묻자, 강래구 감사는 "아니 사람이 그 사람(김씨)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다른 통화에서도 강래구 감사는 "OO이 형 월요일날 오면 '밥값이 없다. 현찰로 좀 마련해 줘라' 얘기해 놓으십시오. '얼마?' 그러면 '1000만원' 이렇게 얘기해야 됩니다. 그러면 얘는 1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가 1000만원을 두들겨 맞기 때문에 500(만원)을 갖고 옵니다. 아시겠죠?"라고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조언했다. 이에 이정근 전 부총장은 "진짜 완전 엑기스 전수해주네"라고 말했다.


스폰서의 자금 대금 배경과 관련해서는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송영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당시 사무총장)은 송영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되고 5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14일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스폰서'로 언급됐던 김씨의 자녀 이력서를 달라고 했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3시간여 뒤 이력서를 보냈다.


그로부터 보름 뒤 윤관석 의원은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무팀에 내가 (넣었다)"며 "촐랑거리고 또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지 말고"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나한테 얘기도 안 하던데?"라고 되물었고, 이에 윤관석 의원은 "OO(김씨 자녀)도 아마 전화를 받으면 아빠한테 먼저 하겠지. 그러니까 네가 제발 촐랑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거듭 당부했다. 해당 자녀가 출근한 곳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녹취파일에는 김씨 외에 다른 한 명의 '스폰서' 강모씨도 거론됐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강씨에 대해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된다. 아니 그 다음에 그거 나중에 저기 하나 주면 돼"라고 말하자, 윤관석 의원은 "당직? 그런 거야 뭐 하나 찾아보면 되니까"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1년 10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21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파장이 '스폰서' 관련 녹취 공개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돼 온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의 '정치적 연결고리'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이심송심' 논란의 시작은 '송영길 지도부' 체제에서 치러진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이낙연 후보 측의 경선 연기 요구를 일축하고, 경선 도중 후보직에서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받은 표를 '무효표'로 처리했다. 이낙연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송영길 전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50.29% 득표율을 기록하며 결선 투표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만약 무효표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과반을 넘기지 못해 이낙연 후보와 결선을 치렀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이재명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각각 출마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말이 많았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그룹인 '7인회' 일부가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이심송심' 논란은 확산됐다.


이재명 후보의 과반 승리로 마무리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의제기에 나서기로 한 2021년 10월 10일 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경선 결과에 항의하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은 이러한 점들을 부각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은 돈을 마련해준 스폰서 가족을 이재명 대선 캠프에 꽂아줬으니 이쯤되면 당 대표는 물론 대선 후보 캠프까지 민주당에는 매관매직이 일상화돼 있던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는 왜 돈 봉투 스폰서 자녀를 선거캠프에 합류시켰나. 돈 봉투 불법 전당대회와 연관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친명계 의원들이 앞다퉈 돈 봉투 금액이 별것 아니라는 식의 망언을 쏟아 내고, 민주당의 도덕성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를 이어가는 것도 돈 봉투 파문이 결국 이재명 대표까지 얽히고 섥혀있기 때문에 사전 차단에 나선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송영길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아주 유리하게 운영했다고 해서 당시에 친문계나 친이낙연계에서 반발 많이 했던 기사가 다 남아 있지 않느냐"며 "그것만 봐도 '이심송심'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어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이 마포대교 넘어까지 줄을 선다. 그런데 스폰서의 자녀가 윤관석 의원이 직접 챙겨서 대선 캠프 자리를 턱하고 차지했다? 이게 연관성이 아니면 대체 뭐가 연관성이겠느냐"며 "저는 아직도 (이재명 대표가 송영길 전 대표를) 출당을 안 하고 있는 게 결국 이재명 대표가 빚진 게 많아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4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이원욱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하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 간판을 내릴 상황"이라며 "국민들께서 돈봉투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당을 온전히 보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어느 조직이고 문제가 생겼으면 자체 조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자기 정화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는 하든 말든 우리가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검찰 수사보다도 더 세게 추상같이 성역없이 파헤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쳐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우리 당의 대선주자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 그리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 그 당시 당 대표를 역임했던 송영길 전 대표가 합심해서 노력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는가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다만 "2년 전에 있었던 일이 갑작스럽게 지금 드러나게 되면서 물론 사실관계는 좀 더 우리가 살펴봐야 되겠지만, 사실 당황하고 있는 것도 맞다"며 "그래서 우리가 방지책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실체적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서 부족하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 된다"라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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