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北 '대적관'…'韓美 아닌 전쟁 그 자체가 적'
입력 2023.03.28 13:06
수정 2023.03.28 13:18
北, 韓 겨냥 대적투쟁 벌여와
청년세대 적화통일 사상 고취도
김정은 "전쟁·핵 참화 그 자체가 적"
한국을 겨냥해 대적투쟁을 벌여온 북한이 "전쟁과 핵 참화 그 자체가 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사용이 가능하도록 핵독트린을 법제화한 이후, 한국 핵타격 의지를 노골화해온 북측이 돌연 '상황 관리' 성격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28일 관영매체인 조성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며 "강력한 억제력을 비축한 우리 핵무력이 상대할 적은 그 어떤 국가나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쟁과 핵 참화 그 자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의 핵역량 증강 노선은 철두철미 국가의 만년 안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수호에 그 목적이 있다고 재삼 천명"하기도 했다.
'세 번이나 천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핵무기의 '첫째 사명'인 '전쟁 억지'를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우리가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각종 훈련을 통해 핵무기의 '둘째 사명', 즉 남측 대도시·비행장·항구 등을 겨냥한 핵공격 의지를 피력해온 바 있다.
북한 주요매체들은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칭하며 공세적 입장을 거듭 표명해오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청년들을 동원해 "미제와 괴뢰 역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집회"까지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조국 통일대전의 앞장에서 내달릴 맹세를 다짐"하며 한국에 대한 적화통일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실 북한은 3년 전부터 '대적관'에 수시로 변화를 주고 있다.
대외정책을 총괄해온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2020년 6월 남측이 판문점 선언에 담긴 '전단 살포 등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대남 대적사업 도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대적사업 일환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관련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제8차 당대회(2021년 1월) 연설을 통해 미국을 주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선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년여마다 대적관을 비틀어온 북한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또다시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칭하며 각종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이 손바닥 뒤집듯 대적관에 변화를 주고 있는 만큼, '말'보다는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전날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사일 부대가 미사일총국 지도하에 "지상 대 지상(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 공중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 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핵무기 공중폭발은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어 남측 대도시 공격용 무기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수중전략무기체계인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1'에 대한 시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측은 해당 무기체계와 관련해 수중 핵폭발로 방사능 쓰나미(해일)를 일으켜 한미 군함과 한국 주요 항구를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