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북한, 중국·러시아와 '미사일 방어 협력' 나설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03.26 04:00
수정 2023.03.26 05:31

"中·러, 美와 군사대치 심화되면

北에 레이더 설치 고려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 '블록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관련 흐름에 편승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뒷배' 역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형해화된 틈을 타 각종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북한이 3국 차원의 미사일 방어 협력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24일 서울 한 호텔에서 '북한 NPT 탈퇴 선언 30년'을 주제로 개최된 '2023 한국국제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에서 "북한 당국이 북중러 미사일 방어 협력에 대해 아마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노동신문이 러시아의 대공 방어기술 협력 문제나 대공 방어훈련 문제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러시아가 S-300, S-400 대공 미사일 체계들을 열심히 만들었고 그 체계들을 중동 국가 등에 세일즈하는 과정에서 미사일 방어 협력을 할 수 있다는 레토릭을 많이 남겼다"며 "북한이 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역내에서 미중 및 미러 간 군사 대립이 뚜렷해지거나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재배치할 경우 "중러 입장에서도 미사일 방어 협력을 통해 북한에 레이더 기지를 두는 것이 나쁜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지리적 이점'을 감안해 한국 레이더 자산과 미국 타격 자산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이 논의되고 있듯, 북중러도 유사한 군사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기술 이전 등의 일방적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 설치 허용 등으로 중러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상호보완적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황 교수는 중러가 현시점에 북한과 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고도의 정치적 질문이기 때문에 많은 변수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일각에선 북중러가 미사일 방어 협력에 나설 '기반'이 이미 다져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대공 미사일이 S-400의 개량형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러시아) S-400이 중국 훙치-9(HQ-9)의 '모방형'이라는 것이 대략적 기술 평가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커넥션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중국 백두산 일대와 산둥반도에 S-400이 배치됐고, 러시아도 극동에 (S-400을) 배치하고 있다"며 "북한 역시 S-400급 미사일을 갖고 있다. 비슷한 무기체계가 만약 직간접적 방어 협력 체계로 발전한다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북중러가 '공동의 안보자산'을 운용하는 셈이라 미국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3국 미사일 방어 협력 시, 북한의 중러 의존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자주·자립·자위'를 강조해온 북한 대외정책 기조가 헝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실장은 "미사일 방어 협력은 단순히 대공 미사일 몇 개를 배치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운용과 관련한 노하우 전수와 운용 시스템을 공유하는 개념도 포함된다. 실제로 중국은 S-400 배치 이후, 러시아와 미사일 공동방어훈련을 연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러가 구축해둔 미사일 방어 체계에 뒤늦게 합류하는 셈이라 군사적·외교적 의존 체계를 북한이 감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