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직정지 면책' 당무위, 각종 구설수에 하루만에 어수선
입력 2023.03.23 15:52
수정 2023.03.23 15:52
만장일치라더니…전해철, 이견 제기
"공소장 보려면 일주일 걸려" 일축
당무위 의결, 정당법 32조 위배 논란
"대의기관, 서면에 의해 의결 못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정부패 혐의 기소시 당직정지'를 면책해준 당무위원회의가 기습 개최 하루만에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다. '속전속결'로 이 대표를 면책하려 했던 의도가 비틀어지면서, 민주당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 당무위원회의에 당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전해철 의원이 이재명 대표 당직정지 예외 인정을 속전속결로 결정하려는 것에 강력히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민주당 당헌 제22조 2항 10호에 따라 당무위원 자격을 갖는다.
당시 당무위원회의에서 전해철 의원은 △오전 11시에 기소가 됐는데 당일 오후 5시에 당무위를 소집하는 것은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점 △공소장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정치탄압 여부를 검토할 수가 없다는 점 △당대표직이 직무정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외를 먼저 인정하는 게 당헌의 문헌 해석상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 등을 문제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당무위는 실제로 '기습 소집'에 가까울 정도로 촉박하게 소집돼 80명의 당무위원 중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던 당무위원은 30명에 불과했다. 39명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한 당무위원은 전해철 의원의 현장발언을 들을 수도, 이에 동조해서 의견을 바꾸거나 토론에 나설 수도 없었던 셈이다. 구조적으로 토론이 불가능했던 관계로, 전해철 의원은 발언을 마친 뒤 표결에 있어서는 기권 의사를 표명하며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당무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당직정지 예외 인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게 아니라, 실제로 유의미한 이견이 현장에서 제기됐는데도 우격다짐으로 현장 참석과 서면 의견을 모아 의결한 것임이 분명해졌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해철 의원의 이견에 대해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상황이 엄중하다"며 "이미 최고위에서 기소가 실제로 이뤄지면 바로 당무위를 소집해 의결하기로 공감대가 이뤄져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소장도 읽어보지 않고 어떻게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소장을 받아보려면 일주일이 걸린다"며 "이 기간 동안 당무에 공백과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속전속결 당무위'의 의도가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진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시간 자체를 없애고 차단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김 대변인은 전날 당무위 결정에 대한 재검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결정 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무위 의결정족수를 따질 때, 현장 참석자와 서면의견 제출자를 묶어 정족수를 충족시킨 게 정당법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법 제32조 1항은 "대의기관의 결의는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해 의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1항의 '부정부패 기소 당직자 직무정지'에 대한 예외 인정 여부 유권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당무위원회의는 그 범위 내에서는 정당의 대의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서면에 의해 의결을 한 것은 정당법 제32조 1항에 위배되는 위법한 결의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325명은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재명 대표를 당헌 제80조 1항에 따라 직무정지시켜줄 것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전날 당무위원회의의 예외 인정 결의가 정당법 제32조 1항에 어긋나 무효인 결의라는 점도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