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온 사람 더 많은 당무위에서…'이재명 당직정지 안한다, 땅땅땅'
입력 2023.03.23 00:44
수정 2023.03.23 00:45
기소 당일 오후에 당무위 기습 소집
30명만 참석, 39명은 서면의견 제출
"정치탄압이다…반대 없이 의결"
이견 제기될 시간 자체를 차단·봉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당한 당일 오후에 긴급 소집된 당무위원회의에서 '부정부패 혐의 기소시 당직정지'의 예외 사례로 특별히 인정받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기소 당일 예고 없이 긴급 소집돼 온 사람보다 못 온 사람이 더 많은 당무위에서 면책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2일 오후 당무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날 오전 대장동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헌 제80조 적용 여부를 유권해석한 결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 제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대표가 바로 이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원회의를 마치고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 제80조 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의결했다"며 "제80조 1항에서 규정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당무위원회의는 사전 예고 없이 당일로 기습 소집됐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11시 무렵에 기소되자, 지도부는 곧바로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일 오후에 이 대표에 대한 당직정지를 규정한 당헌 제80조를 유권해석할 당무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당무위원은 80명인데 당일 긴급 소집된 관계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인원이 더 많았다. 회의 현장에 참석한 당무위원은 30명에 불과했으며,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참석으로 갈음된 인원이 39명이었다. 도합 69명으로 정족수를 충족해 의결한 것이다.
서면 의견 제출의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찬반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사안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는데 감히 반대 의견을 낸 당무위원은 한 명도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대변인도 "의결정족수가 성립됐고, 반대 없이 의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본인도 기소되자마자 속전속결로 '면책 절차'를 밟는 게 민망했던지, 당대표가 주재하도록 돼있는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의 자리에 불참했다. 스스로 회의까지 주재한다면 '셀프면책'을 하는 그림이 될 수 있어,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신 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는 이미 검찰이 이 대표를 이날 중으로 기소할 움직임이 역력했던 관계로, 기소되자마자 당일 바로 당무위를 신속히 열어 이 대표를 면책해주자는 공감대를 미리 이루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표현대로 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모두가 예상한 상황이라 최고위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소시 신속히 당무위를 열어 의결한다는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 11시께 (기소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최고위를 열어 당무위를 열기로 의결한 것"이라며 "(검찰의) 이런 (정치탄압) 의도에 대해 단결·단합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줘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전부터 기소 당일 당무위를 열기로 합을 맞추고 있었다면, 왜 그 사실을 최고위원들끼리만 공유하고 정작 출석 대상인 당무위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는지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당일 당무위 소집'의 진짜 목적은 이재명 대표의 기소에 따라 당헌 제80조의 당직정지 규정의 적용 여부로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을 사전 차단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시간적 여유 자체를 주지 않고, 속전속결로 당일 '면책'을 해버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과 수 시간만에 속전속결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직정지'를 면책해줬지만, 절차의 정당성이나 의결의 타당성을 놓고 당내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하룻밤만 지나고 다음날 아침 라디오에서부터 '당헌 제80조에 따라 일단 당직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지 않았겠느냐. 그게 듣기 싫다는 것"이라며 "자칫 '질서 있는 퇴진' 주장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