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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FTX, 창업자 흥청망청 뿌린 기부금 회수에 총력전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1.10 19:35
수정 2023.01.10 19:35

일부 기부처 반환 의사 밝혀…일부 기부처 거부 움직임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AP/뉴시스

파산한 글로벌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 시절 약속한 기부금 회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수천억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약속했지만 FTX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TX의 파산보호 신청을 수습 중인 존 J 레이 CEO는 8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가 경영하던 시절 정치인 및 정치단체에 기부한 돈을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기부처에서는 이미 기부금 반환 의사를 밝혔다. 머신러닝 관련 비영리 조직인 얼라인먼트 리서치센터는 125만 달러(약 15억 5500만원)의 기부금을 돌려주겠다며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는 FTX 고객이나 채권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의 가족재단인 ‘스트롱거 퓨처’로부터 160만 달러를 받은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도 기부금을 반환하겠다고 전했다.


FTX는 반환에 응하지 않는 기부처에 대해 파산 법원에서 법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하지만 다수의 기부처는 이미 FTX에서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사용해 반환에 소극적이다. 더욱이 일부는 법적으로 다퉈도 기부금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FTX의 기부가 지급불능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기부금 반환사유가 될 수 있지만, FTX가 지급불능에 빠지기 시작한 시점을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과거 자신의 재산축적 동기 중 하나가 자선활동이라고 주장하며 많은 기부 활동을 벌여왔다. 핵심 자선활동 조직인 '퓨처펀드'가 지난해 9월까지 11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약속한 금액만 무려 1억 6000만 달러에 달한다. WSJ는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이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해 11월 파산한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예금을 계열사 부채 등을 갚거나 정치적 기부금에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뱅크먼-프리드는 자선 기부에 쓰인 돈은 거래 수익에서 나온 돈일뿐 고객 예금을 유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덥수룩한 파마 머리에 티셔츠와 반바지 패션을 주로 입어 ‘인간미 있는 괴짜 천재’로 통했다. 20대의 나이에 포브스 선정 세계 4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려 ‘코인계의 워런 버핏’ ‘크립토 골든 보이’ ‘코인 천재’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지난해 FTX의 파산 신청 이후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부터 FTX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고객 돈을 가상화폐 헤지펀드 계열사로 빼돌려 이 회사의 채무와 지출을 갚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 고객 예금으로 바하마에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고 정치인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도 밝혀졌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뱅크먼-프리드를 사기와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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