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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경질인가” 김연경, 이기고도 굳은 표정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3.01.05 23:25
수정 2023.01.06 07:42

홈 GS칼텍스전 접전 끝 승리하고도 코트 벗어난 뒤 표정 굳어

취재진 앞에서 개입부터 경질까지 일련의 과정 날카롭게 비판

김연경 ⓒ KOVO

코트에서 벗어나자 ‘배구 여제’ 김연경의 표정은 다시 굳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홈 GS칼텍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이겼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한 이영수 감독대행 말대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3라운드 MVP에 선정된 김연경은 수상 순간에도 밝게 웃지 못했다.


코트에 올라서는 배구에만 집중했다. 36득점 올린 옐레나와 쌍포를 이룬 김연경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함께 22점(블로킹 4개)을 찍으며 기어이 3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승점44)은 1위 현대건설(승점48)을 승점4 차이로 추격했다.


코트에서는 파이팅 넘치게 뛰고 환호했던 김연경의 표정은 코트를 벗어나자 다시 굳었다. 팀을 어렵게 끌어올린 권순찬 감독이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과 같은 논란 속에 경질되면서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버린 상태였기에 이겨도 웃을 수 없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취재진 앞에서 개입부터 경질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놓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앞서 신용준 신임 단장은 경기를 앞두고 ‘윗선 개입’에 대해 취재진 앞에서 “선수 기용이 아니라 팀 운영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로테이션 문제가 있었는데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김연경은 “선수 기용 개입설은 사실이다. 경기를 원하는 대로 하다가 지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자체가 부끄럽다. 나와 있는 그대로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 함께 자리한 베테랑 김해란도 “(김여일 전 단장 개입은)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음 상한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 기용 관련해서다”라고 말했다.


김연경 ⓒ KOVO

또 김연경은 “누구를 위해서 선임되고 경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팬들이 있어서 끝까지 뛸 수 있었다. 덕분에 정말 힘이 났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가운데 김연경은 굳은 표정 속에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선수들과 피땀 흘려 살려낸 팀이 다시 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6위까지 추락했지만, 이번 시즌은 김연경 복귀로 다시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마지막 경기에서는 ‘1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승점48)까지 꺾으며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선수들과 팬들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라며 반발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여기에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은 사실”이라고 김연경이 밝히면서 권순찬 경질 사태는 이제 선수들과 구단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미 굳은 표정의 팬들은 흥국생명이 선수들을 지지하며 응원하고 있다.


최고조에 달한 흥을 깨버린 흥국생명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배구계 전체가 큰 우려를 안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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