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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사망 9.11 사태로 해임, 파면된 장관 있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12.14 04:04
수정 2022.12.14 04:04

‘도의적 책임법’ ‘국민정서법’ 폐기 처분돼야 선진국

이상민 해임 공세 대응, 민노총 때처럼…….

탄핵소추도 법치국가라면 기각이 마땅

이태원 유가족 협의회는 세월호 교훈 따라

지난 11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년 3개월 전, 세계 제1국가에서 2977명이 목숨을 잃는 사상 최악의 테러 범죄가 일어났다.


미국이 전율했고, 세계가 경악했다. 대통령 부시는 “테러범들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잡아 오겠다”라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야당 민주당 의원 전원도 박수를 쳤다. ‘부시, 물러나라!’라는 구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58명이 압사당하고 질식사한 이태원 사고 후 우리는 어떠했는가? 한국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개되는 ‘시나리오’가 한 치도 다르지 않게 순서대로 펼쳐졌다.


미국은 그 엄청난 테러 사건이 터진 뒤 ‘도의적 책임’을 물어 해임했거나 파면한 장관급 이상이 1명도 없다. 딕 체니 부통령은 2009년까지 8년간 만기 재임했다. 관련 부처 장관들도 그해를 넘기고 모두 4~6년씩 더 일했다. 콜린 파월 국무 4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 6년, 게일 노튼 내무 5년…….


9.11사태 직접적 책임자인 CIA 국장(장관급) 조지 테넷은 무려 7년을 더 있다가 퇴임, 역대 2번째 장수 국장이 됐다. 사의 표명했던 그를 대통령이 “CIA 대대적 개조 작업을 위해 자리를 지켜 달라”라고 만류했었다.


야당인 민주당도 사퇴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도의적 책임’ 운운하는 건 무의미하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중요하지 높은 사람 하나 자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건 이들에게 상식이다.


CIA와 함께 공동 책임이 있는 FBI의 국장 로버트 뮬러는 오바마 정권 때까지 12년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의 상관인 법무부 장관 존 애쉬크로포트도 4년 후 부시 1기 종료에 맞춰 사퇴했다. 그의 사직 사유 문장이 이렇다.


“범죄와 테러로부터의 미국인들 안전을 보장하는 목적이 달성됐다.”


9.11 당시 미국 의회는 상원 민주당(50-49), 하원 공화당(219-210)이 각각 근소한 차로 다수당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우리처럼 내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먼저 통과시키지 않고 무얼 했는가?


대통령과 양당 발의로 초당적인 진상 규명 및 대책 위원회를 꾸렸다. 사태 발생 1년 2개월 후 활동을 시작한 위원회는 1년 9개월에 걸쳐 10개국 1200명 인터뷰, 250만 쪽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테러범 확정, 국가 정보기관 문제점, 개선책 등에 관한 역사적인 <9/11 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것이다.


“CIA와 FBI는 알-카에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을 부적절하게 평가했고, 그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를 ‘정부 보고서치고는 흔치않게 명쾌하고 흥미진진한 산문’이라고 극찬했으며, 민주 공화 양당도 다 같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이런 위원회를 갖고, 이런 보고서를 내고, 그 결과물을 유력 언론과 여야가 이와 같이 수긍하고 칭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경찰이 ‘진상 규명’이란 걸 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게 보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직접적으로 책임 있는 일선 경찰 간부들 구속조차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과 관련돼 숱하게 주장되어 온 ‘밀어, 밀어!’ 가면 인물들의 정체 등 의문점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런 경찰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침묵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발호(跋扈)한 ‘경찰 하나회’ 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들은 ‘경찰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부 행안부 장관 제거를 호시탐탐 노려 왔다. 무기를 가진 경찰은 군대처럼 정부 통제 하에 있어야 하지만, 검수완박한 그들은 치외법권의 무소불위(민주당 편) 조직으로 경찰을 두고 싶었다.


국정조사 판도 벌였으나 그것은 이재명 방탄 등 정쟁 수단일 뿐이다. 윤석열, 한덕수, 한동훈은 못 치니 ‘이상민이라도 잡자’다. 그게 해임건의안이다.


대통령실 부대변인 이재명이 윤석열을 대신해 말했다. 해임 거부다.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정해지고 이것이 명확해져야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답이다. 이번 민노총 파업 사태 때 여론도 그랬다.


민주당은 다음 차례는 탄핵소추라면서 169표를 무기로 위협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법치 국가라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7명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되었다 하더라도 기각 결정이 나는 게 마땅하다.


헌법 제65조 제1항에 규정된 탄핵의 사유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상민이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158명이 숨진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중대 과실이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그런 게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정조사는 뭐 하려고 하자고 했는가?


이런 사람들에겐 법대로 하는 방법 외에 다른 게 있을 수 없다. 지난 주말 97명으로 발족한 이태원 유가족 협의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에 따라,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확실히 하면서 대처해야 한다는 게 세월호의 교훈이다. 억울하기로는, 음주운전 차에 치여 쓰러진 어린아이의 부모나 서양 풍습이 변질된 골목길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젊은이들 부모나 전혀 다르지 않다.


전자는 왜 음주운전자 탓이고 후자는 왜 정부 탓이어야 하는가? 희생양 사냥과 정권 전복(顚覆)을 위해 동원되는 ‘도의적 책임법’, ‘국민정서법’은 폐기 처분돼야 법치 선진국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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