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암울한 전망 뿐이다
입력 2022.12.04 05:05
수정 2022.12.06 09:23
코로나 재확산에 中 주요 도시 수시로 봉쇄 이뤄져
'제로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 중국 전역으로 확산돼
11월 제조·비제조업 PMI 7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중국경제 성장엔진 수출·내수·투자 모두 내리막길
중국 경제의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11월 제조·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상하이 봉쇄 이후 7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한 데다 중국 경제의 3대 축인 수출·내수·투자 모두 내리막길을 걷는 탓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 탓에 수시로 봉쇄조치가 이뤄지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세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공식 제조업 PMI는 48.0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49.2)은 물론 시장 예상치(49.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두 달 연속 위축국면을 이어가며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월간 제조업 PMI는 상하이 봉쇄사태가 한창이던 4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사태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인 47.4까지 떨어졌다. 9월 들어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과 이상기후 영향이 완화되면서 제조업 경기가 기준선(50)을 넘었다가 10월부터 다시 하락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PMI는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이를 넘지 못하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서비스와 건축 등의 경기를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11월 비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2.0포인트 하락한 46.7다. 역시 두 달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비제조업 PMI는 4개월 만에 위축국면을 벗어난 6월 이후 넉 달 연속 확장국면을 이어갔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활동 지수도 45.1로 전달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민간 제조업 PMI 역시 넉 달 째 하락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PMI는 49.4를 기록했다. 전달(49.2)과 시장 전망치(48.9)를 웃도는 수치지만, 기준선을 넉 달째 밑돌고 있다. 차이신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약하다"면서 "소비재와 중간재 수주는 소폭 증가했지만 투자재 수주가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둔화와 국내 배송망 문제로 수출주문 지수도 4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풀고 있으나 코로나 봉쇄조치로 이동이 제한되는 바람에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홀딩스는 지난달 28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산(GDP)의 25.1%를 차지하는 지역이 봉쇄됐으며, 이는 ‘상하이 전면 봉쇄’ 직격탄을 맞은 지난 4월 21.2% 보다 확대됐다고 추정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볼 때 중국 GDP의 30%를 넘는 지역이 봉쇄되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직후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를 다소 웃돌았지만 이후 내놓은 경제지표는 하나같이 암울하다.
중국의 수출은 2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해관총서(海關總署·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수출 규모는 2983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4.3%는 물론 전달 수치인 5.7%를 크게 밑돈다.
중국의 수출은 상하이 도시 봉쇄가 있었던 4월(3.9%)을 제외하곤 올 들어 두 자릿수를 이어오며 7월 18.1%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감소세가 뚜렷해지며 8월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중국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에 처음이다.
내수 둔화로 10월 중국의 수입은 2380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시장 예상치인 0.1%와 전월(0.3%)을 밑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코로나 확산으로 내수가 둔화한 가운데 중국 경제에서 수출이 암울한 실적을 거두는 바람에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수출 호조는 올해 내수 부진 속에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이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 줄어드는 바람에 10월 851억 5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내수 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시도도 쉽지 않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 총액은 4조 271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줄었다. 시장 예상치인 1%를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액의 합계로 내수 경기를 나타낸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3~5월 상하이 봉쇄 당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6~9월에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8월 5.4%에서 9월 2.5% 등으로 떨어지다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심리는 11월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하다. 더욱이 중국의 양대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등은 최대 연중 할인행사 기간인 광군제(光棍節) 때의 매출액 공개를 거부했다. 알리바바가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마도 공개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암울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간 국내총생산(GDP) 격인 산업생산 증가율도 5%로 시장 예상치(5.2%)를 밑돌았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나타내는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 3.8%, 8월 4.2%, 9월 6.3%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10월에는 수출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동반 악화했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과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까닭에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읽을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1~10월 누적)은 전년 동기 대비 5.8%로 전달 5.9%에서 소폭 내려갔다. 하지만 전달까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다 하락으로 전환됐다.
1~10월 부동산개발 투자증가율은 -8.8%로 집계되며 전달(-8.0%)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2021년 1~8월 10.9% 이후 13개월째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마저도 국내 기업 투자는 6.0% 늘어났지만 외국기업 투자는 3.0% 줄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 의지가 아직도 시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각지의 코로나 확산으로 당국의 봉쇄 등 통제조치가 강화되면서 공장조업 차질이 정보기술(IT) 산업에 이어 자동차산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혼다자동차는 코로나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 로 우한 소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제초기 엔진을 생산하는 혼다의 충칭(重慶) 소재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야마하 자동차는 충칭 소재 오토바이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했고, 도요타 자동차는 여러 요인 때문에 중국 공장 가운데 일부의 생산을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독일 폭스바겐(폴크스바겐)은 부품 부족을 이유로 중국제일자동차그룹(一汽·FAW)과 합작해 만든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소재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폭스바겐의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소재 공장에서도 생산라인 5곳 중 2곳이 멈춰 섰으며 조업 재개 일자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Foxconn)의 허난(河南)성 정저우 (鄭州)공장이 코로나에 따른 봉쇄와 직원 탈출, 시위 등 혼란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에서 인력 이탈과 시위 사태로 아이폰14 고급 모델인 프로·프로 맥스의 출하량은 시장 예상보다 최대 2000만대나 감소할 전망이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지(郭明錤) TF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아이폰14 프로·프로 맥스의 4분기 출하량이 종전 예상치보다 20% 줄어든 7000만∼7500만대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이 전망하는 4분기 출하량은 8000만∼8500만대이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