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몰이 의혹' 서훈, 구속 갈림길…이르면 2일 결정
입력 2022.12.02 05:03
수정 2022.12.02 06:43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가운데 첫 구속기로
2일 서울중앙지법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치열한 공방 예상
고 이대준 씨 피살 사실 은폐 시도 있었나…섣부른 '월북 몰이' 여부도 쟁점
검찰, 구속영장 발부될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 집중 추궁할 듯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월북 몰이'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일 결정된다. 서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중 첫 구속 기로에 선 만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망 사실을 은폐하기로 했는지 여부다.
또 하나는, 서 전 실장 측이 섣부르게 '월북 몰이'를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회의 당일이었던 23일 밤 10시 50분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씨 피격 사실이 의도치 않게 알려지자 서 전 실장 등이 이 씨에 대한 '월북 몰이'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여러 경로로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일 뿐이라며 월북 몰이가 아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은 이 씨 실종 직후 선박 실족, 극단적 선택, 월북 기도 등 세 가지 가능성을 두고 정보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후 이 씨가 북한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발견됐고, 월북 의사를 밝힌 게 첩보를 통해 확인돼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관리했다는 게 서 전 실장 측 주장이다.
서 전 실장 측은 또 남북관계를 고려해도 이 씨를 월북자로 몰아서 얻는 이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사람을 사살하는 게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서 전 실장 측은 해당 사건이 정부가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뿐이라며, 사법적 판단을 할 대상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의 혐의 소명에 달렸다. 혐의와 맞아떨어지는 객관적 물증과 관련자들 진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보실에서 관계 기관에 지시를 내리며 내부 규정이나 예규, 지침 등을 어긴 사실이 있는지도 관건이다.
다만 혐의가 소명되더라도 서 전 실장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청와대 안보실을 포함해 국방부와 해경 등 당시 업무수행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주요 관련자와의 관계와 조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진실 규명을 위해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 전 실장 측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관련자 조사도 마무리 단계라 증거인멸 우려도 낮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구속 기간 '윗선'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집중 추궁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를 윗선까지 확대할 동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소환을 마지막으로 조사를 끝낸 피의자들을 일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