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앞두고 화물연대 총파업…건설사 "장기화하면 속수무책"

정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카드까지 '엄정대응' 예고

사전 물량 최대한 확보…"당장 셧다운 우려는 없어"

고금리·자잿값 인상 등 업황 불안, 파업 장기화시 타격 상당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뉴시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지난 2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혹한기를 앞두고 공정률을 끌어올리려던 건설사들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24일 오전 10시 전국 15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집회 참여 인원은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여명 가운데 약 43% 수준인 9600여명이다. 앞서 6월 8일가량 총파업한 이후 5개월 만이다.

혹한기를 앞두고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파업에 대비해 시멘트, 레미콘 물량을 확보해둔 만큼 당장 사업장이 멈출 우려는 크지 않지만,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했을 때다.

금리 인상 및 원자잿값 급등, 부동산 PF 시장 경색 등 업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기 지연은 물론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당해질 거라는 전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이 마찬가지다. 시멘트 업체들, 그다음이 레미콘 업체들인데 이들로부터 자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데 대해서 건설사들이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없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로 바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시멘트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길어지면 시멘트 재고가 쌓여 생산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국토부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6월 파업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파업이 끝나고 내일부터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공급이 하루아침에 원활하게 이뤄지긴 어렵다"며 "단편적으로 봤을 때 지난 총파업보다 혹한기를 앞둔 지금이 시기적으로 더 위기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시멘트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길어지면 시멘트 재고가 쌓여 생산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

레미콘 업체들 역시 기존 확보한 시멘트 물량으로 레미콘을 생산 중이지만 이르면 다음 주부터 전국적으로 레미콘 공장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출 거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의 서울 사대문 내 운송거부사태와 코레일의 오봉역 사고로 이달 초 수도권 주요 유통거점인 의왕기지는 현재까지 시멘트 출하를 멈춘 상태다. 자재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당장은 사전에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둔 상태여서 셧다운 우려까지 할 만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하면 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리도 오르고 자잿값도 오르고 비용 측면에서 업체들의 부담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어서 총파업이 길어져 공기가 늘어지거나 입주가 늦어지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해서 최악의 상황까지 내다보고 모니터링 중"이라며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 카드도 꺼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예외 없이 법적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거부해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은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