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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간선거 '방긋'에…북미협상은 '울상'?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11.23 04:30
수정 2022.11.23 04:30

"바이든이 참패해 재선 포기했다면

북한 문제 성과 노렸을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사실상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차기 미국 대선까지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 진단'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했다면 북한과 관련해 약간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승리했기 때문에 (북미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지난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처럼 다음 선거가 없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임자"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재선 포기라는 충격적 결정을 했더라면 남은 임기 동안 혁신적 대북관계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의 선전으로 귀결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한 번 이긴 전력을 명분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재선을 위해 자국 여론을 살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대북정책 운신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서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있어 △'안 움직이는 이유'와 △'움직일 수 없는 이유' 등 2가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문제가 "미국 뉴스에 안 나오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안 움직인다"면서도 "미국 뉴스에 북한이 나오면 바이든 대통령이 못 움직인다"고도 했다.


우선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유권자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굳이 팔을 걷어붙일 이유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반대로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안보 위협이 증대돼 미국 매체들이 북한 이슈를 다루기 시작하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외교를 꾀하기가 더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통상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게 '안보 취약' 꼬리표가 따라붙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도모하려면 점증하는 북한 위협에 대비한 억지력 강화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 발표한 대북정책에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 경우 외교 가능성은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 또다시 현실화되는 경우 선거를 앞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강경 대응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관여를 촉구하는 흐름 역시 북미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못 박은 미국이 중국 압박을 목적으로 북한을 '활용'한다면 북한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거의 승리한 마당에 (북한을 고리로)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나온 상황"이라며 "앞으로 2년 동안 소위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쪽으로 그냥 가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도발이 지속될 경우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군 주둔 및 미국의 안보력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핵실험을 하면 안 된다고 촉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북한의 전략도발 시 미국 및 동맹 방위를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북미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및 ICBM 성공 때까지는 (한미의) 어떤 제안에도 안 움직일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이 우리 정부와 협력해 '카드'를 내놓으면 협상력만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맛'을 이미 봤다"며 바이든 대통령 대북 접근법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정상 간 담판' 형식의 탑다운(Top-down) 협상을 경험한 북한이 실무협상을 중심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꾀하는 바이든 대통령 접근법을 선호하지 않을 거란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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