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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마저 아웃’ 내 사람이 먼저다?[김태훈의 챕터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11.05 07:02 수정 2022.11.05 10:50

지방선거 끝난 해, 시도민구단 정치적 입김 피하지 못해

뚜렷한 성과 거둔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도 재계약 불발

정치적 고려 아닌 '적임자 최우선' 자세로 재검토 촉구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방선거가 끝난 해.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도민구단에는 ‘정치적 입김’이 불어왔다.


2022시즌 K리그1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둔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45)와 수원FC 김호곤 단장(71) 모두 재계약이 불발됐다.


취임 2년 동안 강등권에 몰렸던 팀 성적 향상과 스폰서 대거 유치, 유료관중 급증을 이끌었던 이영표 대표는 “강원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호곤 단장 역시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켰고, 이승우-지소연 등을 영입해 수원 구단을 ‘관심의 팀’으로 만들었지만 물러나게 됐다.


젊은 팬들이나 구단 직원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했던 두 사람은 축구 행정가로서 귀감이 됐던 인물이다.


겉으로는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인사지만, 그간 거뒀던 유의미하면서도 굵직한 성과를 떠올리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계약 만료’라는 이유로 내보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입김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도민구단 인사권은 ‘구단주’ 지방자치단체장이 쥐고 있다. 인사권자 선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시점이 지방선거 직후라 매번 '내 사람 심기' 와 같은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이전에도 선거 후 단체장이 바뀌면 구단 상층부가 교체된 사례는 많았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구단 관계자들이나 선수들, 그리고 팬들은 정치적 결정에 혼란을 겪어왔다.


그런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낸 인물조차 버틸 수 없는 생태계라면 시도민구단에 미래는 없다. 찬란한 업적을 세운 스타 출신마저 이렇게 내친다면 시도민구단의 장기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판에서도 정치가 침투하면서 “성과 보다 내 사람이 먼저다”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돌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교체’라는 명분으로 새 단체장이 구단 조직을 새롭게 뜯어 고쳤던 것과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원FC 축구팬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슴 치게 만드는 결정에 팬들의 분노 게이지는 오르고 있다. 강원도와 강원FC 홈페이지에는 강원도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강원도민과 축구 팬들의 글이 쏟아졌다. 강원FC 공식 서포터즈 ‘나르샤’는 성명서까지 내고 이 같은 결정을 비판했고, 이영표 대표의 연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도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인사에 따른 후폭풍 속에 구단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아지는데 현장에서 뛰는 감독과 선수들은 필요 이상의 괜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축구가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도민구단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구단주(지자체장)는 구단의 주인 격인 지역 팬들의 불만 가득한 외침 앞에 합리적이고 정당한 근거를 내놓고 설득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내 사람이 먼저다’가 아닌 ‘적임자가 최우선이다’라는 자세로 다시 한 번 고민해주길 바란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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