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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 당대회] 習 독주에 스러지는 ‘비운의 황태자’ 후춘화 부총리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2.10.23 17:10
수정 2022.10.23 20:09

후춘화 중국 국무원 부총리ⓒEPA/연합뉴스

후춘화(胡春華·59)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3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에 진입이 끝내 좌절된데 이어 권력서열 25위권인 정치국위원에서도 밀려났다.


후 부총리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 하루 뒤인 23일 열린 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 이후 기자회견을 위해 등장한 상무위원 7명 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외에 리창(李强)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李希) 광둥성 당서기 등 4명이 20기 상무위원에 새로 진입했고, 왕후닝(王滬寧) 당중앙서기처 서기와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잔류했다.


후 부총리는 후베이(湖北)성 중부의 빈농 출신의 가정에서 태어나 16살 때 베이징대 중문학과에 입학한 수재로 통한다. 그는 졸업 후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으로 진출해 줄곧 척박한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서 근무하다가 공청단 제1서기(차관급)를 지냈다. 시짱자치구 부서기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당서기로 근무한 그는 역시 공청단 제1서기를 지내고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시짱자치구의 당서기를 역임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눈에 띄어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2012년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25명 정치국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그때부터 '리틀 후'로 불리며 최고의 별이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든 '격대지정'(隔代指定·현 지도자가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권력승계 방식) 전통에 따른다면 후 부총리는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최고 지도자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끝내 무위에 그쳤다.


2007년 제17차 당 대회 때 부총리로 권력서열 6위의 상무위원에 진입했던 리커창(李克强)과 함께 5위의 국가부주석에 올랐던 시진핑이, 격대지정 전통을 바탕으로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권력의 정점인 당총서기에 오르고도 정작 본인은 이 전통을 깨버렸다.


후 전 주석이 22일 20차 당대회 폐막식 도중 갑자기 퇴장한 것도 후 부총리의 상무위원 진입 무산과 연관됐을 것으로 보는 베이징 외교가의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후 전 주석의 건강이 좋지 않아 퇴장했다고 보도했으나, 시 주석의 '마이웨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의 정계 인맥)과 공청단 세력은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측근그룹) 중심의 시 주석 세력을 견제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게 된 상황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는 얘기다.


후 전 주석은 앞서 전날 오전 11시 15분쯤 당대회 폐막식 도중 갑자기 시 주석과 잠시 대화한 뒤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짧게 말을 건네고 퇴장해 버렸다.


특히 후 전 주석→리 총리→후 부총리→루하오(陸昊·55) 자연자원부 장관 순으로 공청단 제1서기를 역임한 이른바 공청단파 세력은 이번에 리 총리의 퇴임과 후 부총리의 상무위원 진입 실패로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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