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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푸르밀 사태 남일 아냐”…삼중고에 내년도 막막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10.21 06:48
수정 2022.10.21 06:48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 재무구조 악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 갈수록 늘어

회사채 시장 냉각, 신사업이나 투자 위한 자금 확보도 어려워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45년 역사의 유가공 전문기업 푸르밀 사업 종료에 대한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고환율과 고금리, 원재료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식품업계에서는 남일 같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그간 제조업 특히 식품산업의 경우 중대한 식품안전사고가 아닌 이상 회사가 망하기 힘들다는 통설이 깨지게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누적된 적자로 주요 식품기업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누구나 제2푸르밀 사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식료품 업종은 최근 3년간 몸집을 꾸준히 불려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보다는 집밥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식품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9년 전년 대비 3.3%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6.3%, 2021년 9.5%로 매년 상승폭을 키워왔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더불어 총자산증가율과 유형자산증가율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수익성은 악화되는 모양새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3.9%에서 2020년 4.0%로 소폭 증가했다가 2021년 3.6%로 전년 대비 10%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소폭 낮아졌다가 작년 들어 다시 확대됐고, 차입금의존도는 3년 간 꾸준히 상승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식품업계 주요 경영지표.ⓒ한국은행 연간 기업경영분석 보고서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진 탓에 수익성은 더욱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원가 상승과 직결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오름세가 계속되는 등 삼중고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단 기간에 큰 폭으로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하지만 잦은 가격 인상으로 정부의 압박은 한층 거세졌고 부정 여론에 대한 부담은 한층 커졌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이 환차익 등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식품업계에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최근 들어 한류 영향으로 K푸드 수출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식품산업은 여전히 대표적인 내수산업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반면 계속된 금리 상승과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회사채 등 자본 조달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신사업이나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


앞서 사업 종료를 결정한 푸르밀의 경우에도 케어푸드, 건강기능식품, 외식, 단백질음료 등 사업을 다각화한 경쟁사와 비교해 유제품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가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있을 경우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하지만,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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