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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국내용 가수?…‘잠실’ 뚫은 아이유가 보여준 케이팝 확장 가능성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9.19 14:04
수정 2022.09.19 12:37

17~18일 양일간 약 9만명 운집

10대부터 60대까지 국내외 팬 떼창

데뷔 14주년·첫 콘서트 이후 10주년 기념

드론쇼·대형 열기구·폭죽 등 화려한 연출

한국 여성 가수 처음으로 아이유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섰다.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된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는 티켓 발매 1시간 만에 8만8000석 전석이 팔려나갔다. 이로써 아이유는 반세기가 넘는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 속에서 어떤 여성 아티스트도 쓰지 못한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EDAM엔터테인먼트

‘국내 대중음악 공연장 성지’로 통하는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입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있다. 높은 대관료와 무대설치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약 10만여명을 수용하는 규모의 공연장 전 좌석을 모두 채우는 것은 웬만한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곳에서 공연한 이들은 H.O.T, 신화, god, 조용필, 동방신기, 이승환, 이승철, JYJ, 이문세, 서태지, 엑소, 방탄소년단, 싸이, NCT 드림 등 당대 최고의 톱 가수들 정도다. 해외 팝스타 중에서도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이 공연했다.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는 2012년 레이디 가가가 공연했고, 국내 여성 아티스트로는 아이유가 최초다. 이날 공연으로 아이유는 국내 여성 가수 최다 관객을 동원, 공연 티켓 수익만 무려 약 8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이유의 잠실주경기장 입성은 국내 여성 아티스트 최초라는 것 외에도 여러 의미에서 특별했다. 이날은 그의 데뷔 14주년 기념일이기도 했고, 첫 콘서트를 연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이유는 2012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시작해 이듬해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팬들을 만났고, 2014년 서강대 메리홀, 2015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과 잠실 학생체육관, 2016년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 2017년 잠실실내체육관, 2018년과 2019년 케이스포 돔 등 해마다 규모를 늘렸고, 마침내 10년 만에 잠실주경기장에 입성한 것이다.


ⓒEDAM엔터테인먼트

사실 아이유를 두고 일각에선 ‘국내용 가수’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음악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건 사실이다. 이는 나머지 절반은 해외에서 소비된다는 것인데, 여성 팬덤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돌 위주의 해외 케이팝 시장에서 솔로 여가수, 그것도 주력 장르가 발라드인 가수가 이 같은 성적을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유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 팬덤은 물론 다수의 해외 팬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아이유의 거의 모든 곡에서 ‘떼창’을 선보였고, 공식 응원을 익숙하게 내뱉으면서 특별한 기념일을 함께 즐겼다. 발라드를 주력으로 하는 여성 솔로 가수임에도 상당한 해외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케이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DAM엔터테인먼트

작은 체구로 꾸미는 무대에도 빈틈은 없었다. 아이유는 ‘에잇’ ‘셀러브리티’ ‘하루 끝’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팔레트’ ‘스트로베리 문’ ‘내 손을 잡아’ ‘블루밍’ ‘어젯밤 이야기’ ‘좋은날’ ‘무릎’ ‘밤 편지’ ‘러브 포엠’ 등 아이유를 대표하는 곡들을 세트리스트로 구성하면서 그에 맞춘 콘셉트에 대한 고심이 역력해 보이는 무대들을 선보였다. ‘스트로베리 문’의 ‘달이 익어가니’가는 노랫말에 맞춰 분홍 달 모양의 열기구를 띄우고, ‘팔레트’를 부를 땐 붓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객석에 불빛이 하나둘씩 칠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라는 가사의 ‘밤편지’ 무대 이후엔 엄청난 규모의 드론쇼가 반딧불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공연 말미 아이유는 “오늘 지은 웃음과 말은 모두 다 진심이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감사하다는 말도 제 마음을 담기엔 너무 작은 것 같다. 저 끝에 있는 분들도 절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가능하구나’ 신기해하면서 3시간을 보냈다”면서 “(잠실주경기장 콘서트가) 10대부터 도전해오고 달려온 길의 도착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애초에 이 큰 무대를 꿈 꾼 적도 없다. 우쭐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어떤 건지 깨달아가면서 14년 더 가겠다”고 약속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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