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비상상황'에 빠진 與…이준석, 법적 승리했지만 위기 자초
입력 2022.08.28 00:00
수정 2022.08.27 23:53
당헌당규 정비 후 새로 비대위 구성키로
사태 수습 후 권성동 거취 다시 논의
최고위 부활 불가 확고…李에 '강력 경고'
"李, 법적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 결별"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촉구하기로 했다.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결정하며 비대위 체제를 사실상 무효로 돌렸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최고위원회로 회귀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했다.
27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과거 최고위원회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재 비대위를 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결의하기로 했다" 밝혔다. 당헌당규 정비 등 사태 수습은 권성동 원내대표 중심으로 현 비대위에서 진행한 뒤,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추후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논의키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비대위 구성이 가능한 요건에 대해 '최고위원 절반 이상 사퇴' 또는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사퇴' 등 구체적인 조항을 넣을 방침이다. 당헌당규 개정과 별개로 법원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계속 진행 예정이다. ‘비상상황이 아니다’는 법원의 결정이 정당의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게 당 법률지원단의 판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초 법원이 주 위원장의 직무 정지만을 결정한 만큼, 비대위 출범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이 비대위원들을 상태로 추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또한 직전까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물러난 권 원내대표에게 다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는 것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 이날 의총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용단을 촉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의총 중간 취재진과 만난 윤상현 의원은 "권 원내대표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통령, 당과 나라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새 원내대표기 직무대행을 맡는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권성동 지도부는 쉬는 것이 좋다"며 "이것이야말로 당신들이 충성하고 싶은 대통령께 충성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태로 이준석 동정론 사라질 것"

법적 투쟁에서 일단 ‘승리’한 이 전 대표 측은 득의양양한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경우, 비대위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표 본인은 법원 결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한편, 이날은 경북 칠곡 청구공원묘지를 찾아 할아버지 등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일각에서 주 위원장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에 "추석을 앞두고 성묘 가는 것도 이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공격하려 한다"며 반박에 나선 정도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오히려 이 전 대표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무리 정치적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집권여당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번 법원 가처분에 따른 당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6개월 직무정지를 당한 사태에 있다"면서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 위해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함에도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력 경고'라는 의원총회 결의 사항을 전했다.
의총 발언에서도 이 전 대표를 성토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당이 다 죽어가고 있다"며 "이준석 본인이 책임을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윤핵관에 대한 반대여론 못지않게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며 "이번 결정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 전 대표가 법적으로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정당의 문제를 법으로 판단하게 한 책임이 있고, 무엇보다 앞으로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없어진 것"이라며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됐던 윤핵관들은 뒤로 물러나면 되지만, 이 전 대표와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결별한 상태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