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 '양강양박' 모두 뛰어든 전대…이재명 침묵은 언제까지
입력 2022.07.10 01:00
수정 2022.07.10 01:09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김민석 출사표
李, 한 달 넘게 묵언수행…안규백 등 만나며 몸풀기
후보 등록일 선언 전망…당내선 "빨리 결단" 요구 봇물
"이제 이재명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전원이 출마하면서, 이재명 의원 '입'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이 출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당권 대진표는 10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미완성인 상태다.
이 의원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들끓던 지난달 7일 국회에 첫 등원한 후 한 달째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이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 의원이 '선언'만 하지 않았지, 당 안팎 인사들과 만나는 등 당권 도전의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는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유력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우원식 의원이 전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가 선택해 이재명 대통령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이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우 의원은 이 의원과 전당대회 출마를 조율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난 8일 안규백 전준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도 출마를 위한 예열 과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는 '97그룹'의 강병원·박용진·강훈식 의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김민석 의원 순으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 8일에는 '97그룹'의 박주민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쳐온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이 의원의 출마 선언에 맞춰 깃발을 들 것으로 보여, 대진표 완성을 위한 수순은 사실상 이 의원의 선언만 남겨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원래 주인공은 가장 늦게 등장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제 이 의원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출마 여부는 물론 출마 선언 시점 등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아는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당내에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17~18일)에 맞춰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17일에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며, 장소는 물색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자 당내에서는 출마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호위병들 뒤에 숨어 눈치 보는 '간 보기 정치'는 그만하라"며 "많은 사람의 만류와 염려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심했다면 하루빨리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설 의원은 그러면서 "언제까지 (이 의원의 결단을) 기다려야 하느냐. 이 의원이 계산하는 출마 선언 타이밍까지 우리 당은 얼마나 더 분열하고 아파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장철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대가 합리적인 토론보다 소모적 논쟁이 되어가는 것 같다"며 "이 의원의 빠른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이 하루라도 빨리 출전해 후보들 사이의 토론을 만들고, 당의 집단 지성이 작동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자들의 비난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 주목됐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지만, 당헌·당규상 요건 불충족으로 출마가 좌절되는 과정에서 이 상임고문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온 바 있다.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은 많은 가능성을 가진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생각이 다르다고, 기대와 다르다고 비난하고 억압하는 것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