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97그룹…'어대명' 기류 속 단일화·친문 표심 '변수'
입력 2022.07.04 01:07
수정 2022.07.03 22:23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출사표…박주민도 고심
'李 대항마' 밀어주는 분위기 감지…이변 전망도
97그룹 단일화 가능성 배제 안 해…쇄신론 주목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구도가 '이재명 대 97그룹(70년대생·90년대 학번)'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의원)'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97그룹 주자들의 단일화, 친문재인계 표심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현재까지 이 의원은 8·28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친명(친이재명)계가 최근 집단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사실상 이 의원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친명계는 친문(친문재인)계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재명 불출마론'에 대해 반박하면서,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사실상 이 의원의 당권 가도에 유리한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되 대의원의 투표반영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리자는 게 이들의 제안이다.
당 대표 권한을 분산해 최고위원의 권한을 강화한다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 반영 비율 변경 요구는 이 의원을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3월 대선을 전후해 입당한 만큼, 이 의원의 득표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도록 룰 세팅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97그룹이 대진표를 속속 채우면서 이들의 출마가 '어대명' 기류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97그룹 '양강 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중 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세 명이 출마 선언을 했고, 박 의원은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97그룹을 혁신·통합을 실천한 '새 인물', 즉 '이재명 대항마'로 밀어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6그룹 맏형 격인 이인영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들과 오찬을 하면서 출마를 권한 바 있다. 친문 핵심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97그룹에 길을 열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들도 이 의원을 당대표 불가론과 세대교체론을 앞세우며 '어대명' 기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르면 계파 갈등이 다시 촉발될 것이라는 점도 이들이 내건 출마 명분 중 하나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선택은 본인의 선택이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출마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으면 내가 나오지 않고 도왔을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이 의원이 무난하게 당권을 쥘 것이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하지만 97그룹 단일화 등 변수가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가자'는 바람이 생기고 흐름만 바뀌면 얼마든지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단기필마일 경우 자기 혼자만의 목소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세력이 모아져서 흐름이 됐을 때 '내가 나가겠다' 그런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항마'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97그룹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97그룹도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훈식 의원은 "(새로운 당대표는) 당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하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고, 170석을 끌고갈 운영 능력과 정무적 판단 능력이 있고 미래와 변화를 만들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런 분들이라면 누구도 그 테이블에서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도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에서 "97세대가 경쟁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것도 염두에 두고 한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혁신 전당대회, 역동적 전당대회, 그리고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단일화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당 혁신·통합이 전당대회의 화두가 되고, 친문 핵심의 불출마로 갈 곳을 잃은 표심이 97그룹에 쏠린다면 이변이 생길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친문계가 당내 다수파라는 점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쇄신론에 불이 붙고,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이 세를 규합한다면 '어대명' 기류도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