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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00원 돌파③] "달러 없나요" 금융권도 비상…외화 유동성 '빨간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6.23 10:30
수정 2022.06.23 10:01

외화 확보 수요 쏠림에 혼선

코로나 이은 새 악재에 긴장

시중은행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서면서 금융권도 비상이 걸렸다. 가치가 더 치솟기 전에 달러를 구해 두려는 수입업체 등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눈에 띄게 악화된 와중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돌파한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 14일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300원마저 넘어서면서 은행 등 금융사 현장의 혼선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 관련 부서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달러 수급과 환율 방향성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은행으로서도 예상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입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충분한 달러를 확보해두지 않은 수입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금 결제 시 곤란에 빠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역시 달러 구하기에 목을 매야하는 실정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 증시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도 증거금 납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문제는 은행에도 달러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화 유출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위기 대응을 위한 관련 자산 확보는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7.6%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12.7%p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LCR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외환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 수준이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高)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이어 "외화 유동성 수준이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과 수출기업 등 실수요자 중심 자금 공급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 능력과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취약부문 발견 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선진국의 경기 둔화와 신흥국의 디폴트 위험 확대가 잠재적 악재로 작용하면서 은행권의 외환 유동성이 지속적인 악영향을 받을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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