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5% 크게 상회...연간 4.7% 돌파 가능성”
입력 2022.06.21 08:00
수정 2022.06.21 07:53
한은,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고물가 하반기 확대...근원물가 3%대 지속
한국은행이 소비자 물가가 공급 및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는데, 또다시 상향한 셈이다.
◆ 공급・수요 압력↑...국제 유가, 연평균 121달러
한은은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5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 물가는 하반기에도 원유, 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의 영향이 이어지며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2019년 물가안정목표치를 연 2.0%로 정한 후 매년 6월과 12월 물가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3%대로 올라선 뒤 올해 3월 4%대를 뚫고, 지난 5월 5.4%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은 6%대도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5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오른 3.3%를 기록했다.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향후 물가여건은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EU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 제한, 중국 내 봉쇄조치 완화 등으로 국제 유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주요 기관의 국제 유가 전망치를 보면 지난해 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70~71달러였으나, 올해 107~122달러대까지 높아졌다. 내년에도 대부분의 기관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는 거리두기 해제, 추경 등으로 민간 소비 회복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은은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근원물가도 3%대 지속...상방리스크 우세
소비자물가는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상당기간 3%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수요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되는데 따른 영향이다.
한은이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밝혔듯 근원물가는 올해 3.2%,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올해 4.5%, 내년 2.9% 수준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원자재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 확대 등이 상방 리스크로 ▲국내외 경기회복세 둔화 ▲원자재 수급여건 개선 등이 하방 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는 가운데 전반적으로는 상방 리스크가 우세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흐름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의 여건변화를 감안할 때 지난 5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은은 올해 물가 급등 상황을 과거 연간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2008년(4.7%) 및 2011년(4.0%)의 물가 상황과 비교했다. 그 결과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의 높은 오름세, 환율 상승세, 민간소비 증가세 등이 상당기간 물가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2008년의 경우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물가 오름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된 바 있다.
한은은 “현재까지의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2008년 상반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나 최근의 물가 여건에 비추어 볼 때 하반기 이후에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